[은혜의 샘물] 두 분의 스승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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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두 분의 스승을 기리며
  • 김기창 장로
  • 승인 2023.05.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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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두 분 어른이 생각난다. 나의 영적인 스승 L 목사님과 학문적인 스승 C 장로(교수)님이다. 하나님께서 선택과 만남을 선하게 인도하셨기에 두 분의 가르치심을 받고 지금까지 역경과 시련, 고통을 잘 이겨내고 복된 삶을 누려왔다.

1966년,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향학열(向學熱)을 잠재울 수 없어 별 대책 없이 상경했다. 학비가 저렴하고 졸업 후 취직이 보장되며 가정교사 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교육대학교에 진학하려고 입학시험을 치렀다. 다행히 합격이 되었다. 다니던 시골 교회 목사님의 추천으로 곧바로 P 교회에 등록하여 L 목사님을 만났다.

L 목사님은 말씀이 참 은혜로웠다. 한 주간을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주일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다 보면 고단한 삶이 치유가 되고 새로운 한 주간을 살아갈 새 힘을 얻게 되었다. 설교를 하실 때 성경에서 성경으로 말씀이 계속 이어져 ‘그게 사실일까?’하고 메모를 하여 성경을 찾아 본 일도 있었다. 그만큼 성경에 통달하신 분이셨다. 우리에게도 ‘말씀을 읽어야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의 모습을 보며, 하나님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시며, 일정한 시간과 장소를 정하여 날마다 성경 읽는 것을 강조하셨다.

목사님은 삶의 기쁨과 보람, 힘의 공급은 가정에서 얻을 수 있으며, 삶의 뿌리를 가정에 깊이 둘 때 그 인생은 좋은 생애가 될 수 있다며 일찍이 <효도 십계명>과 <부부 십계명>이란 책을 쓰시고 이상적인 크리스천 가정생활을 역설하셨다. 또, ‘나사로 교회’를 운영하시면서 불우한 이웃분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일감을 만들어 주셨으며, 가정 형편상 진학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야학도 운영하셨다. 교육자의 길을 걷는 나에게 ‘스승 있는 제자, 제자 있는 스승’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박사학위 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쓰기 시작했을 40대 초에 장로 임직 후보가 되었다. 목사님을 찾아뵙고 학위를 받을 때까지 장로 임직을 미루어 주십사 하고 간청을 드리러 갔다가 ‘삶의 우선순위’와 ‘하나님의 뜻’을 가볍게 여긴다고 꾸중을 하셨다. 그 후 ‘하나님의 뜻’이 내 신앙생활의 키워드가 되었다.

학부와 대학원 박사과정 지도교수이셨던 C 장로님의 은혜를 잊을 수 없다. 2년제 교육대학을 나와 교직에 있으면서 늘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그 꿈이 31세에 이루어졌다.

편입 후 교육대학교 선배인 교수가 계시다는 말을 듣고 큰 힘을 얻었다. 그분의 첫 강의 시간. 자그마한 키에 융통성 없어 보이는 그분은 간단한 인사 후 바로 강의를 시작하셨다. 해박한 지식과 달변, 독특한 강의 방법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래 저분이 가신 길을 따라가자.’ 그분이 걸어가신 길을 그대로만 따르면 뭔가 이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추석 명절을 맞아 장위동에 있는 그분 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 벽면 전체를 가득히 채운 책! 조그만 도서관 같았다. “와우” 내 미래를 머릿속에 담아왔다.

그 교수님은 평생 학문의 스승, 든든한 버팀목, 삶의 안내자가 되어 주셨다. 엄(嚴)과 자(慈)로 학문의 길을 이끌어 주셨다. 학연으로는 학부 4년 선배, 석사과정 선배이고, 시차는 있지만 중국 중앙민족대학과 터키 에르지예스대학의 초빙교수로 근무한 경력도 같다. 지연으로는 동향(同鄕)이다. 무엇보다도 시골 태생, 가난, 교육대학교 출신, 지칠 줄 모르는 향학열 등의 공통점이 있어, 롤모델로 삼기에 딱 좋았다. 그분은 폭넓은 독서, 시간 아껴 쓰기, 대학 보직에 욕심 갖지 말기, 수준 있는 논문 쓰기, 새로운 연구 방법 찾기 등을 강조하셨다. 뵐 때마다 “잘 되어가?”하시며 은근한 압박과 함께 선한 스트레스를 주셨다. 교수님과 네 권의 책도 함께 쓰고, 사은(謝恩)의 마음으로 교수님의 화갑 기념 논총, 정년기념문집을 간행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해드렸다.

이제 뵈온 지 44년째가 된다. 지금도 주 1회 정도 만나 뵙고, 차를 나누고 식사를 하는 시간을 가지며 신앙생활에 대한 이야기, 노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또, 월 1회 정도 함께 국내 여행을 한다. 더욱 건강하셔서 복된 삶을 사시길 기도드린다.

나는 위의 두 분을 평생의 롤모델로 삼고 살아왔다. 이 두 분은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셨고, 나에게 지속적인 자극을 주셨으며, 오랫동안 나를 이끌어 주셨다. ‘스승의 날’을 맞아 두 분께 마음을 다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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