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칼럼]인생에는 마지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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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인생에는 마지막이 있다
  • 최혁 웰다잉강사(각당복지재단)
  • 승인 2023.05.0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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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죽음을생각하다 9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선망되는 직업은 아마도 의사일 것이다. 이공계 학생들이 대학에 합격하고도 의대를 가기 위해 휴학하고 다시 입시준비를 한다는 뉴스를 종종 보게 되고, 병원에서도 의사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다음은 어느 의사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에 70대 남성의 장례가 무 빈소로 진행되었다. 장례를 주관하는 이는 가족이 아니라 가사도우미였다. 고인의 직업은 병원장이며, 딸이 한 명 있는데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서 코로나 검사절차를 이행하고 국내에 들어오려면 많은 시일이 경과되기에 가사도우미에게 장례를 위임하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병원장이면 당연히 사회적 관계망이 좋을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무빈소로 장례가 진행된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장례를 치르는 이유는 고인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든 지인들에게 알리기 위함이고, 또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의식을 치름으로써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기능도 있는데 무빈소 장례라면 이 두 가지 기능을 전부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가족은 없더라도 최소한 친구들이라도 함께하는 장례가 되기를 마음으로 기도하였다.

장례식 둘째 날 입관 준비를 하는 과정 중에 고인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성 세 분이 장례식장에 들어왔다. 고인의 이름을 말하며 친구들이라 얘기하였다. 마음속으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에 친구들이 함께할 수 있으니 외롭지는 않겠다 싶었다. 친구들은 비통한 모습으로 입관식에 참여하였고,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 친구에게 한마디씩 비통함을 표현하였고, 자녀가 장례식에 참여하지 못함에 아쉬워했다.

그렇게 애통하고 비통해하는 친구들을 배웅하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것이 인간의 정해진 삶인데,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값진 삶일까? 하는 것이었다. 미워하지 않고 사랑만 하며 살 수 있을까? 후회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고별의 순간에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연령대에 따라서 가족과 함께 죽음을 이야기하고, 유서목록을 정리하고, 엔딩노트를 작성해 둔다면 어떨까? 이번 장례를 치르면서 드는 생각은 가족과 주변의 소중함과 죽음에도 준비가 필요함을 더욱 절실히 느낀 것이다. 우리는 평생 죽지 않을 것처럼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나가곤 하지만, 인생에는 마지막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가끔씩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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