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버거운 청년들, 교회에서라도 VIP 대우 받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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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버거운 청년들, 교회에서라도 VIP 대우 받아야죠”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05.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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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모이는 교회③ 수원제일교회 ‘새벽이슬’ 청년부

청년들이 교회에 모이기 어려운 시대다. 말씀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이 “모이기에 더욱 힘쓸 것”을 권면하지만, 매일의 삶이 바쁜 요즘 청년들에게는 ‘모이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다. 치솟는 물가와 고용불안의 불안한 미래, 거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면서 ‘가나안 성도’로 살아가는 청년들이 늘어났다. 이렇듯 세상 속에 흩어진 청년들이 ‘모이는’ 교회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청년들이 예배에 모이기에 힘쓰고 선교와 구제를 위해 동역하는 교회의 사례를 찾아봤다. <편집자 주>

수원 팔달문 인근의 수원천을 건너 많은 인파로 붐비는 지동시장을 끼고 가파른 언덕길을 십여 분 정도 올라가다 보면, 고풍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는 70년 역사의 수원제일교회(담임:김근영 목사)에 당도한다. 교회에 가기 위해선 인근 정류장에서부터 15분 넘게 걸어 올라가야 하는 불편한 입지적 조건에 있지만, 매주 이곳 언덕길을 따라 교회로 향하는 청년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출석 교인 2500명에 달하는 수원제일교회는 2021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교회에 나오는 청년의 수가 150명으로 떨어졌다. 많다면 많은 수이지만, 교회의 적정 청년 수를 전체 교인 수의 10%로 본다면, 청년의 비율이 높은 교회는 아니었다. 그런데 불과 2년이 지난 지금, 수원제일교회 청년부에는 300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출석하고 있다.

수원제일교회 청년부
지난해 열린 수원제일교회 ‘새벽이슬 행복축제’ 현장 모습.

짧은 기간 내에 청년부가 큰 부흥과 성장을 이룬 것에 대해 청년부 담당 김동욱 목사는 “매주 청년들을 찾아가고 밥을 먹이며 그들의 필요를 살핀 노력과 순장들의 영혼을 향한 사랑이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겸손히 답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청년 출석률이 정체되자 김근영 담임목사는 2021년 12월 청년사역에 남다른 노하우를 가진 김동욱 목사를 담당 사역자로 세웠다. 온라인 사역으로 모이기 어려운 때, 그는 부임 후 첫 사역으로 오프라인 겨울 수련회를 진행했다.

수련회를 통해 은혜를 받은 순장들은 현장예배를 더욱 사모하게 됐고, 코로나에 걸린 청년들의 집에 직접 방문해 ‘코로나 키트’를 문 앞에 두고 전화하며 안부를 물었다. 김 목사는 “수치를 계산해보니 당시 90명이 넘는 청년들이 코로나 키트를 수령했다. 이들은 순장들의 나눔과 방문에 크게 위로받았고, 현장예배에 오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고백했다”고 전했다.

특히 ‘청년이 행복한 교회’를 모토로 청년들의 실질적인 필요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방안은 ‘심방’을 통해 개개인의 삶과 형편을 돌아보는 일이었다. 김 목사는 두 명의 청년부 담당 전도사들과 팀을 나눠 주중에 적게는 4명, 많게는 7명의 청년을 만났다. 그들이 있는 학교와 직장 근처에 있는 미리 맛집을 예약해놓고 점심이나 저녁시간을 활용해 청년들을 섬기기 위해 애썼다.

김 목사는 “주중에는 무조건 청년부에 소속된 청년들을 만났다. 사역자에 대한 기대가 없던 청년들도 일대일 만남을 통해서는 솔직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게 된다”며 주중 심방 사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순장으로 섬기고 있는 김기쁨 청년(30)은 “청년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오시면서 좋은 식당을 예약해 아낌없이 대접해주시는 목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VIP가 된 것 같았다. 먼저 섬기는 리더십을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순원들을 사랑하고, 품는 법을 배우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시험기간 힘든 대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경기대학교와 아주대학교의 동아리연합회와 연합해 커피차를 보내는 사역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매년 ‘새벽이슬 행복축제’를 통해 교회 앞 주차장에 푸드트럭과 버스킹공연, 다양한 게임부스 등을 설치해 태신자 초청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수원제일교회 청년부
수원제일교회 청년부는 매년 ‘새벽이슬 행복축제’를 통해 교회 앞 주차장에 푸드트럭과 버스킹공연, 다양한 게임부스 등을 설치해 태신자 초청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청년부 예배실에서는 끼니를 거르고 예배를 드리러 오는 청년들을 위한 ‘청년 편의점’ 시설도 구비돼 있다. 청년들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무인자판기에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라면, 과자, 냉동식품 등을 진열해놓고 청년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이는 주일 1부 예배를 일찍 드리고, 각종 부서에서 봉사하는 청년들을 위한 좋은 요깃거리가 된다.

수원제일교회 청년부는 일상이 버거운 요즘 청년들을 위로하는 교회, 청년이 행복한 교회를 꿈꾸고 있다. “청년들에게 무조건 헌신을 강조하기보다 교회가 먼저 섬김의 본을 보여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의 버팀목이 되는 교회, 쉼과 행복을 주는 교회가 되겠습니다.”

수원제일교회.
지동시장을 끼고 가파른 언덕길을 십여 분 정도 올라가다 보면, 고풍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는 70년 역사의 수원제일교회에 당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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