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행복한 우리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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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행복한 우리 가정
  • 이복규 장로(서울 산성감리교회)
  • 승인 2023.05.0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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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규 장로(서울산성감리교회,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이복규 장로(서울산성감리교회,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우리 문화에서, 자랑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특히 가족 자랑은 조심해야 한다. 지인들과 나누는 아침톡에서 가족 이야기를 몇 차례 하자, 자제하라고 친구가 조언해 주어 명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런 주제의 원고를 쓰라는 필진들의 요청을 받아 부득불 간증한다. 미리 결론을 말한다. 아래의 모든 행복은 하나님의 불가항력적인 은혜의 결과다.

“우리 아들이 교수여. 주일헌금, 아들이 용돈으로 주는 거여.”

재작년에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고향 교회 교우들한테 자랑한 말씀이다. 누가 묻지도 않건만 이렇게 늘 자랑했다며, 장례식장에서 고향 교회 사모님이 들려 주셔서 알았다. 헌금 없으면 교회 가기 부담스러우실까봐 매월 약간의 용돈을 보내 드렸더니, 동네방네 소문내셨던 모양이다.

“열이나 되는 이복 남매간에 싸우는 일 없이 잘 지내는 것, 모두 하나님 믿기 때문이야.”

고향 동네 사람들이, 우리집 이야기를 하다 맨끝에 늘 이렇게 마무리한다고, 사모님이 덧붙여 말씀해 주었다. 이 전언을 들으며 깨달았다. ‘아, 우리가 잘 살면, 하나님 이름이 높여지는구나!’

6남매를 두신 우리 친어머니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올라갈 무렵 돌아가셨다. 새어머니가 들어오셨고, 4남매가 더 늘어 10남매가 되었다. 장례식장에서 편지를 써서 낭독했다. 그 일부는 이렇다.

“고맙습니다 어머니. 제가 열두 살,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집에 오신 어머니. 아직 어린 저와 동생 보살피랴, 시부모님 봉양하랴, 농사일 하랴, 이복동생들 낳고 건사하랴 고생하신 어머니,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머니 덕택에 누이동생이 셋이나 생겨, 오빠 소리 실컷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다른 집 새어머니들은 전실 자식을 학대하기도 한다던데, 그런 일 한 번도 없이 저와 동생을 돌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덕분에 구김살 없이 지금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물론 어머니도 사람이셨기에 친자식들과 전실 자식인 저희를 아주 똑같이 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점에 대해 조금도 미안해하지 말고 떠나세요. 이 세상 어떤 새어머니도 똑같이 대할 수는 없대요.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에요. 어머니를 친어머니처럼 똑같이 생각하며 모시지는 못했어요.

어머니, 고맙습니다. 이제 떠나시는 어머니께 감사할 것 하나 더 말씀드립니다. 교회 안 나가시던 어머니께서 어느 날부터 예수님 믿고 담배도 끊고 열심히 교회 나가신 것, 정말 고맙습니다. 헌금 부담이라도 덜어드리려 약간의 돈을 매달 넣어드렸더니, 아주 적은 성의를 적다 나무라지 않고 크게 받아 주신 어머니, 부끄럽고 고맙습니다.” 

아내 자랑도 해야겠다. 환갑을 앞두고 내가 지독한 우울증으로 헤맬 때 보여준 아내의 사랑은 지극했다. 1년 4개월 내내, 새벽기도하며 매일 햇볕 쬐며 운동시키기, 명의와 명약 찾아 전전하기, 연약한 몸으로 그렇게 했다. 잘 안 낫자, 금식기도에 들어가, 3일, 7일, 40일 금식기도를 밥 먹듯이 하였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더니, 맞는 말이다. “뼈 중의 뼈, 살 중의 살”이라는 아담의 고백을, 이런 과정을 거쳐 나는 비로소 절실하게 깨달았다. 보지 않고도 믿는 자가 더 복되다고 하신 주님의 말씀처럼, 이런 아픔 없이도 사랑하는 부부들을 나는 존경한다.

내친 김에 자식 자랑도 하겠다. 아들만 둘인데, 둘 다 직장을 잡아, 적성에 맞는 부서에서 일하는 것도 고맙지만 더 감사할 게 있다. 매주 주일예배 시간에 38세 큰아들은 오르간 반주하면서 찬양 선창을, 32세 둘째아들은 베이스기타를 치며 섬기고 있으니 무한 감사하다. 제발 짝을 만나 가정만 이루면 더 원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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