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행동 없는 환경구호는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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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행동 없는 환경구호는 악?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04.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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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에서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7일, 때아닌 폭설로 전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내린 눈이 적설량은 무려 56cm나 됐다. 불과 나흘 전에는 기온이 28.5도까지 올라갔던 지역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눈이 왔다는 건 영하의 날씨로 내려갔다는 것. 그렇다면 기온 격차는 무려 30도에 달했다고 봐야 한다. 온화했던 날씨가 며칠 만에 온데간데없게 됐을 때 주민들이 얼마나 황당했을지 그려진다. 말 그대로 이상기온이다.

당황스러운 기후 현상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났다. 지난달 역대 3월 중 최고기온을 기록하면서 벚꽃이 너무 일찍 개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벚꽃뿐 아니라 유실수 꽃도 빠르게 피면서, 다시 낮아진 날씨에 냉해도 염려되고 있다. 벚꽃 명소마다 우스갯소리로 벚꽃 없는 벚꽃 축제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상기온은 역사적으로 종종 발생해왔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정조 18년(1794년) 폭염으로 공역하는 백성들이 큰 고통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더위 먹었을 때 복용하는 척서단(滌署丹)도 이때 유래됐다. 1670~1671년 경술대기근 때는 태양 활동 저하로 이상기후가 발생해 아사자와 병자가 100만 명에 달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겪는 이상기후에 마음이 급해진다. 원인이 자연이 아니라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환경문제를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마음에 각인해야 할 때다.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 환경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각오와 실천이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에서 환경문제는 진보 기독교계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실제로 보수 교계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늘 부족했다.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진보 교계는 이후 통일운동과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래서 보수 교계가 더 무관심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요즘 보수 교계 단체와 교단들도 각종 선언문에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악의 편이다”고 말했다. 실천 없는 환경 구호는 선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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