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위로보다 고난의 현실을 전한 참 예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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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위로보다 고난의 현실을 전한 참 예언자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4.1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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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64) - “너희가 끝날에 그것을 깨달으리라” (렘 30:24)

사람은 죽음이 가까이 있다고 느끼면 감춰왔던 속내를 드러내게 마련입니다. 품위 있는 삶이 모든 이의 것이 아니듯, 품위 있는 죽음을 맞는 이들도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잘 죽을 준비를 하며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란 말이 있을 것입니다. 유다의 바벨론 유배를 예언한 예레미야를 불길하고 매국노적인 예언자라 매도하던 이들은, 하나님이 그들을 지켜주실 터이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던 자신들의 신념이 무너지는 순간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우리가 무서워 떠는 자의 소리를 들으니 두려움이요 평안함이 아니로다 너희는 자식을 해산하는 남자가 있는가 물어보라 어찌하여 모든 남자가 해산하는 여자 같이 손을 자기 허리에 대고 모든 얼굴이 겁에 질려 새파래졌는가(30:5~6)”

출산의 고통을 이해할 리 없는 장정(‘남자’)들이 자신이 아이를 낳기라도 할 듯 두려워한다는 묘사가 충격적입니다. 죽음의 공포는 누구에게나 무겁지만, 신앙은 그 공포를 극복하게 해줍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중환자들을 돌보면서 기독교 복음의 힘을 실감했다는 증언을 종종 듣는 것은 놀랍지 않습니다. 속죄와 영생의 복음을 믿는 이들은 죽음을 담담히 맞을 수 있기에 우리에게 임종은 최후의 간증이고 전도입니다. 바벨론 유배가 유다의 불신과 우상숭배의 죄에 대한 심판인 한, 백성들이 고통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레미야의 예언은 망국을 앞둔 유다 백성들에게 개인적 비극을 넘어선 하나님의 계획을 신뢰할 수 있는 믿음을 심어주었습니다. 시국이 어렵고 삶이 고될수록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는 달콤한 위로보다 고난을 현실로 인정하면서 그 뜻을 설명해주는 단단한 교훈이 더 필요한 법입니다. 예레미야는 그러한 교훈을 전해준 참 예언자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예언은 고난의 뜻을 설명하고 멈추지 않았습니다. 고난의 때가 찬 후 하나님께서 손수 유다를 건지시고 그들을 통해 놀라운 일을 행하시리라는 예언을 주셨습니다. “만군의 여호와의 말씀이라 그 날에 내가 네 목에서 그 멍에를 꺾어 버리며 네 포박을 끊으리니 다시는 이방인을 섬기지 않으리라… 그러므로 나의 종 야곱아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이스라엘아 놀라지 말라 내가 너를 먼 곳으로부터 구원하고 네 자손을 잡혀가 있는 땅에서 구원하리니 야곱이 돌아와서 태평과 안락을 누릴 것이며 두렵게 할 자가 없으리라(8, 10절)”

유다의 죄악을 더이상 묵과하지 않으시고 심판하시겠지만, 그들을 멸망의 길이 아닌 회복과 번성의 길로 인도하시마 약속하신 것입니다. 유다의 곤경을 보고 기뻐하던 적국들이 오히려 하나님의 징벌을 받을 무렵이면 유다는 말끔히 회복될 것입니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그들이 쫓겨난 자라 하매 시온을 찾는 자가 없은즉 내가 너의 상처로부터 새 살이 돋아나게 하여 너를 고쳐 주리라(17절)” 망국의 한을 떨고 하나님이 준비하신 새 역사를 맞는 이들이 복되도다! 감사와 기쁨의 외침이 입술에 담긴 그들은 비천한 포로민이 아니라 존귀한 백성이었습니다(19절). 그들은 비로소 하나님 백성으로 산다는 일의 영광을 깨달았습니다(22절).

그 날의 감격을 노래한 시편을 보십시오.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려 보내실 때에 우리는 꿈꾸는 것 같았도다 그 때에 우리 입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우리 혀에는 찬양이 찼었도다 그 때에 뭇 나라 가운데에서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그들을 위하여 큰 일을 행하셨다 하였도다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큰 일을 행하셨으니 우리는 기쁘도다(시 126:1~3)” 고난과 절망의 어둠을 통과한 후에야 그들의 마음에 말씀이 새겨졌고 그들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원대한 일을 볼 수 있는 믿음의 눈이 열렸던 것입니다. 너희가 그것을 깨달으리라. 끝날에.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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