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언약을 가벼이 여긴 사람들의 앞날은 어두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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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언약을 가벼이 여긴 사람들의 앞날은 어두운 법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4.1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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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68) - “내가 너희를 대적하여 칼과 전염병과 기근에게 자유를 주리라” (렘 34:17)

바벨론 군대의 진격 앞에서 예루살렘의 운명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과 같았습니다. 유다 영토를 지키던 요새 라기스와 아세가는 이미 함락되었고(렘 34:7), 예루살렘을 옥죄어오는 바벨론 군대의 공성은 고립의 공포를 지나 결국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드기야와 백성들이 행한 언약 갱신예식은 국가의 위기에서 신앙심을 일깨워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구국기도회’로 보기에는 조금 의아스럽기도 합니다. 유다인들 가운데 종으로 매인 이들을 놓아주는 것이 그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시드기야 왕이 예루살렘에 있는 모든 백성과 한 가지로 하나님 앞에서 계약을 맺고 자유를 선포한 후에 여호와께로부터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임하니라 그 계약은 사람마다 각기 히브리 남녀 노비를 놓아 자유롭게 하고 그의 동족 유다인을 종으로 삼지 못하게 한 것이라”(8~9절) 그들이 언약을 체결한 방식도 눈에 띕니다. 족장 시대의 오랜 전형을 따라 송아지의 사체를 쪼개놓고 그 사이를 지나는 의식을 재현한 것입니다(18절). 언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제물이 쪼개진 것처럼 자신도 쪼개질 운명을 감수하겠노라는 다짐을 표현하는 중동 유목민 문화로, 창세기 15장에 기록된 아브라함의 언약체결이 이러한 풍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창 15:17~18). 결국 그들은 조상 아브라함의 언약식을 재현하면서 ‘노예 해방’이라는 상징적 행동으로 하나님 앞에 충성을 다짐한 것입니다.

하지만 예레미야의 예언이 정확히 지적하고 있듯이, 그들은 오랫동안 모세의 율법이 이미 선언한 원칙을 무시하며 살아왔습니다. “내가 너희 선조를 애굽 땅 종의 집에서 인도하여 낼 때에 그들과 언약을 맺으며 이르기를 너희 형제 히브리 사람이 네게 팔려 왔거든 너희는 칠 년 되는 해에 그를 놓아 줄 것이니라 그가 육 년 동안 너를 섬겼은즉 그를 놓아 자유롭게 할지니라 하였으나 너희 선조가 내게 순종하지 아니하며 귀를 기울이지도 아니하였느니라”(14~15절)

놀랍게도 그들은 이러한 언약식을 거행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약속을 어기고 놓아주었던 동족을 다시 데려다가 종으로 부렸습니다. “이 계약에 가담한 고관들과 모든 백성이 각기 노비를 자유롭게 하고 다시는 종을 삼지 말라 함을 듣고 순복하여 놓았더니 후에 그들의 뜻이 변하여 자유를 주었던 노비를 끌어다가 복종시켜 다시 노비로 삼았더라”(10~11절)

결국 시드기야 왕이 예루살렘 백성들을 모아 여호와 하나님과의 ‘언약 갱신 세리모니’를 한 것은 공포와 패닉 상태에서 비롯된 피상적이고 발작적인 행동이었던 것입니다. 자신들의 죄에 대한 깊은 자각과 통회가 없었기에, 외형적 회개의 증거는 손쉽게 철회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가식적 회개의 제스처는 하나님의 진노를 부르고 맙니다.

“내가 너희를 대적하여 칼과 전염병과 기근에게 자유를 주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내가 너희를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에 흩어지게 할 것이며…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보라 내가 그들에게 명령하여 이 성읍에 다시 오게 하리니 그들이 이 성을 쳐서 빼앗아 불사를 것이라 내가 유다의 성읍들을 주민이 없어 처참한 황무지가 되게 하리라”(17, 22절)
회개했다던 그들이 다시 죄짓고 놓아준 동족의 자유를 다시 빼앗았으니, 하나님께서도 물러갔던 적군을 다시 불러들이신다는 말씀입니다. 그들이 빼앗은 자유를 넘겨받은 ‘칼과 전염병과 기근’이 자유롭게 다니며 유다 주민을 쓰러뜨릴 것입니다. 하나님의 언약을 가볍게 여긴 사람들의 앞날은 어두운 법입니다. “나를 존중히 여기는 자를 내가 존중히 여기고 나를 멸시하는 자를 내가 경멸하리라”(삼상 2:30)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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