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소재로 한 그림과 조각, 낙서 카타콤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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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소재로 한 그림과 조각, 낙서 카타콤에 많아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3.04.1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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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137) - 카타콤과 기독교 신앙의 상징(15)

카타콤 미술에서 구약이나 신약에 대한 그림이나 상징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 성경의 내용을 소재로 하여 자신이나 집단이 믿는 바를 그림이나 조각, 유품 혹은 낙서(graffiti)로 상징하거나 형상화하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번에는 구약의 경우를 살펴보자. 구약의 내용에 대한 그림은 비교적 후기에 조성된 비아 라티나(via Latina) 카타콤에 많이 나타나는데, 아담과 하와로 상징되는 창조와 타락, 아브라함과 이삭, 이스라엘의 구원자 모세의 생애와 출애굽 사건, 다니엘의 믿음, 요나의 기적 등 구약의 주요한 사건을 묘사했다.

이중 요나에 대한 그림이 상당히 많다는 점은 흥미로운 일인데, 요나의 일화는 기독교 예술 태동기부터 사랑받았던 주제였다고 한다. 콘스탄티누스 1세 이전까지 요나가 표현된 곳이 100여 건이고 4세기 말까지는 약 200여 건에 달한다고 한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구약의 사건을 묘사한 것은 앞으로 될 일을 예시하는 의미가 있었다. 또 한 가지 모든 형태의 초기 기독교 예술에서 공통적인 것은 모리아 산에서의 아브라함에 의한 이삭의 희생(창 22:1~14)에 대한 그림인데,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었고, 그린 자의 상상력으로 성경 기사에 첨가된 것도 있다. 또 그림은 등잔이나 석관(石棺)에도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이 세상에 죽음을 가져온 인간의 타락에 대한 그림은 그 수효도 많을 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비단 그림만이 아니라 석관이나 유리컵에도 그려져 있다. 특히 두라 유로포스(Dura-Europos)에 가장 선명하게 그려져 있는데, 그곳에는 인간의 타락과 선한 목자의 모습이 나란히 그려져 있다고 한다.
다양한 그림을 다 소개할 수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라티나 카타콤에 많이 등장하는 모세와 관련한 그림을 소개하고자 한다. 애굽 시절 모세의 생애에 대한 그림은 거의 없는데, 이것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는 현실에서 별 의미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래의 <그림 1>은 바로의 공주에 의한 모세의 구출(출 2:1~10) 그림이고, <그림 2>는 홍해 도강 그림이다. 그림 중앙이 모세인데, 이적을 행하는 막대기를 들고 있고, 무장하지는 않았으나 승리의 확신으로 가득 찬 모습의 히브리인들이다. 좌측은 물길에 휩싸인 애굽인을 묘사하고 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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