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백성의 위대함은 하나님과 사귐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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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백성의 위대함은 하나님과 사귐에서 나온다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4.1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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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74) - “너를 흩었던 그 나라들은 다 멸할지라도 너는 사라지지 아니하리라” (렘 46:28)

이스라엘은 이방 나라들의 압제를 몸에 새긴 나라입니다. 애굽에서의 종살이와 앗수르-바벨론의 강제 이주, 페르샤의 식민지배로 끊임없이 약탈을 당하면서도 자신들의 신앙과 정체성을 지켜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로마가 유대아를 초토화한 이래 1900여년을 영토 없이 지냈던 이스라엘이 자신들을 짓밟았던 나라들 틈에서 견고하게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레미야서 46~51장을 아우르는 ‘열국에 대한 예언(oracles against nations)’은 애굽이 바벨론에 의해 몰락할 것을 알리며 시작해(46장), 블레셋(47장), 모압(48장), 암몬과 에돔, 다메섹, 게달과 하솔, 엘람을 망라한 뒤(49장) 바벨론의 멸망(50~51장)으로 마무리됩니다. 이모저모로 유다를 괴롭혔던 이방 나라들에게 보내는 심판의 선언들 가운데 스치듯 지나는 두 절이 우리의 눈을 끕니다.

“내 종 야곱아 두려워하지 말라 이스라엘아 놀라지 말라. 보라 내가 너를 먼 곳에서 구원하며 네 자손을 포로된 땅에서 구원하리니 야곱이 돌아와서 평안하며 걱정 없이 살게 될 것이라 그를 두렵게 할 자 없으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내 종 야곱아 내가 너와 함께 있나니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흩었던 그 나라들은 다 멸할지라도 너는 사라지지 아니하리라. 내가 … 너를 법도대로 징계할 것이요 결코 무죄한 자로 여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렘 46:27~28).” 한때나마 지역의 맹주로 군림했던 나라들이 너나없이 소멸의 길을 걸어도 선민 이스라엘은 여전히 버텨내리라는 약속입니다. “내 종 야곱아… 너를 흩었던 그 나라들은 내가 다 멸할지라도…” 권력이 무상하다는 것을 일일이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만, 강대국들 가운데 어깨를 겨루지 못했던 이스라엘은 오로지 하나님의 선민이라는 정체성을 닻으로 삼아서 역사의 풍랑을 이겨냈습니다. 세상을 지배함으로써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는 제국의 길과는 다른, 하나님 나라의 길이 여기 있습니다.

하나님 백성의 위대함은 하나님과의 사귐에서 나옵니다.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가 그에게 기도할 때마다 우리에게 가까이 하심과 같이 그 신이 가까이 함을 얻은 큰 나라가 어디 있느냐 오늘 내가 너희에게 선포하는 이 율법과 같이 그 규례와 법도가 공의로운 큰 나라가 어디 있느냐”(신 4:7~8) 하나님 나라는 위대한 나라이지 거대한 나라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은 막강한 권력이 아니라 거룩한 영력입니다. “그가 내게 대답하여 이르되 여호와께서 스룹바벨에게 하신 말씀이 이러하니라 만군의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이는 힘으로 되지 아니하며 능력으로 되지 아니하고 오직 나의 영으로 되느니라”(슥 4:6)

사탄의 힘으로 하나님의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 돌을 떡으로 바꾸어 사람들을 휘어잡으라는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신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마 4:3~4). 주님께서는 배고픈 이에게 떡을 주시고 병든 이들을 고쳐주셨지만 그 능력에 혹해 당신을 왕으로 삼으려는 백성들의 요구는 거절하셨습니다(마 6:15). 애초에 이스라엘을 택하신 목적은 하나님의 성품을 삶으로 구현하는 백성과 나라를 이루어 뭇 나라를 인도하는 빛으로 삼기 위해서였습니다(사 42:6; 49:6). 이스라엘이 이 사명을 잊고 선민의 지위를 특권으로만 알아 교만해졌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사람 막대기와 인생 채찍”으로 징계하셔서(삼하 7:14, 개역한글) 깨닫고 돌아올 기회를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을 징계하시지만 소멸하도록 두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을 끝까지 보호하시지만 죄 가운데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렘 46:28하). 이 두 교훈을 동시에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화가 있을 것입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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