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은 하나님을 잊게 만드는 치명적인 죄악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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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은 하나님을 잊게 만드는 치명적인 죄악 중 하나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4.1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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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77) - “네 마음의 교만이 너를 속였도다” (렘 49:16)

이스라엘 예언서에 담긴 ‘열국의 심판 예언들’을 유대인들의 국수주의의 산물 정도로 폄하하면 안 됩니다. 여호와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실 뿐만 아니라 온 세상의 주재이시기 때문입니다. 이방 나라들을 향한 예언은 인간의 죄와 하나님 주권, 그리고 구원의 보편성을 알려주는 메시지입니다. 이방인이라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 죄 가운데 난 인간이기에 죄를 짓습니다. 이방 백성들도 구원하기 위해 긍휼과 인내를 베푸신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택한 백성 이스라엘의 죄도 간과하지 않으시고 진노와 심판을 내리십니다. 이스라엘 사람이면 심판을 면제받는 것이 아니라,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면 구원을 얻습니다. 성전에서 드린 제물에 속죄의 효과가 내장된 것이 아니라, 제물을 드리는 예배자가 하나님의 긍휼을 의지하기에 하나님께서 죄를 사해주신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열국의 심판 예언들을 살펴보면, 나라들마다 저지른 악행들이 다양하지만 그들의 교만이 늘 책망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압은 무력을 뽐내다가 심판을 받았습니다. “너희가 어찌하여 말하기를 우리는 용사요 능란한 전사라 하느냐… 우리가 모압의 교만을 들었나니 심한 교만 곧 그의 자고와 오만과 자랑과 그 마음의 거만이로다”(렘 48:14, 29) 지혜와 번영으로 명성을 누렸던 에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위 틈에 살며 산꼭대기를 점령한 자여 스스로 두려운 자인 줄로 여김과 네 마음의 교만이 너를 속였도다 네가 독수리 같이 보금자리를 높은 데에 지었을지라도 내가 그리로부터 너를 끌어내리리라 이는 여호와의 말씀이니라”(렘 49:15~16) 에돔이 애굽의 종살이를 벗어나 하나님 백성으로 독립해 약속의 땅 가나안에 정착하는 이스라엘의 노정을 방해하고, 이스라엘이 위태로울 때를 기회로 삼아 그들을 무너뜨리려 했던 것도 그 바탕에는 자신들의 강성함이 도전받아서는 안 되고 이스라엘은 에돔보다 열등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는 뜻입니다(오바댜서 참조).

교만은 이교도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기독교는 교만의 위험을 특히 경계해왔습니다. 어거스틴은 교만을 만악의 근원이라 부르면서 자신이 겸손하다고 생각하는 자야말로 교만한 인간이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교만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보다 높이 있기를 원하고, 자기 중심으로 만사를 판단하여 남을 정죄하며, 하나님보다 자신을 앞세우게 만들기에 기독교 전통에서 이른바 치명적인 7대 죄악의 목록(교만, 인색, 질투, 분노, 색욕, 탐욕, 나태)에서도 늘 앞자리를 차지합니다. 하나님의 백성에게 교만은 치명적입니다. 자신들의 힘으로 이길 수 없는 적들을 물리치고 약속의 땅에 들어가는 이스라엘에게 주신 경고의 말씀은 “네 마음이 교만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릴까 염려하노라”(신 8:14)였습니다.

하나님을 잊은 하나님 백성. 그 결말이 어떠한지는 이스라엘 역사가 증언합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 16:18) 하나님은 부하게도 하시고 가난하게도 하시며, 높이시기도 낮추시기도 하는 하나님이십니다(삼상 2:6~7). 열방을 향한 예레미야의 예언을 짚어보며 우리는 더더욱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더욱 큰 은혜를 주시나니 그러므로 일렀으되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 하였느니라…주 앞에서 낮추라 그리하면 주께서 너희를 높이시리라”(약 4:6, 10) 우리는 “낮추면 높여 주시는” 삶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주님이야말로 신성에 속한 모든 영광을 뒤로 하고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 죽으신 분, 부활과 승천으로 존귀함을 드러내신 분, 낮아지심을 통해 높아지신 분이시기에! (빌 2:6~11)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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