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겔의 환상 보도, 물리적 설명 불가한 ‘하나님의 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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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겔의 환상 보도, 물리적 설명 불가한 ‘하나님의 임재’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4.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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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81) - “내가 보고 엎드려 말씀하시는 이의 음성을 들으니라” (겔 1:28)

“갈대아 땅 그발 강 가에서 여호와의 말씀이 부시의 아들 제사장 나 에스겔에게 특별히 임하고 여호와의 권능이 내 위에 있으니라(겔 1:3)”

여러모로 특별한 자기소개입니다. 때는 “여호야긴 왕이 사로잡힌 지 오년”(2절) 즉 주전 593년이었습니다. 유다가 바벨론의 팽창을 저지하려던 이집트 세력과 동맹을 맺은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을 파괴한 뒤 유다 왕 여호야긴과 상류층 대다수를 포로로 잡아 바벨론으로 끌고 갈 때, 에스겔도 그 중에 있었습니다. 제사장 후손인 에스겔로서는 공적으로 제사장 사역을 감당할 시점이 코앞에 왔는데 성전은 불타고 나라는 망해 자신은 외국에 잡혀 와 있으니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것조차 사치로 여길 지경이었을 것입니다. 제사장은 아론의 후손에게 맡겨진 세습직입니다. 어린아이 때부터 제사장의 직분을 위해 훈련받았고 제사장직 외의 다른 일을 하고 산다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을 에스겔은, 유다가 포로로 잡혀간 절망의 땅, 이스라엘이 가졌던 영적 인프라가 모두 사라진 곳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에스겔이 마주한 하나님의 임재는 압도적이고도 매혹적입니다. 에스겔 1장의 묘사는 해석자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해석을 불러냈습니다. “내가 보니 북쪽에서부터 폭풍과 큰 구름이 오는데 그 속에서 불이 번쩍번쩍하여 빛이 그 사방에 비치며 그 불 가운데 단 쇠 같은 것이 나타나 보이고 그 속에서 네 생물의 형상이 나타나는데 그들의 모양이 이러하니 그들에게 사람의 형상이 있더라(4~5절).” 불빛과 금속, 생명체, 사람의 형상이라는 조합만으로도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데, 이 생물들은 저마다 네 얼굴과 네 날개가 있고 그 다리는 구리처럼 광택이 납니다. 그 날개 밑에 사람의 손이 보이고, 얼굴은 정면은 사람, 우측면은 사자, 좌측면은 소, 후면은 독수리와 같습니다(6~10절). 그들의 존재감은 불꽃, 횃불, 광채, 번개로 드러나고 그들의 움직임은 바퀴 달린 수레와 같은데, 바퀴 안에 또 다른 바퀴가 있어 그 움직임이 신비롭습니다(11~19절). 이 생물의 머리 위에는 궁창의 형상이 펼쳐져 있고, 생물들의 날개는 ‘많은 물 소리와 같아서 전능자의 음성과도 같고 떠드는 소리 곧 군대의 소리와도 같은’ 소리를 냅니다(20~25절). 신비로운 궁창 위로는 남보석 빛 ‘보좌의 형상’이 있는데 다시 그 위에 ‘사람의 모양 같은’ 형상이 보입니다. 허리 위로는 단 쇠 같고 허리 아래는 불길 같은 광채는 ‘비 오는 날 구름에 있는 무지개’와 같은데, 이처럼 계속되는 비교의 정점은 ‘여호와의 영광의 형상의 모양’입니다(26~28절). 에스겔이 본 것은 외계에서 온 우주선이었다라는 해석이 나돌 만큼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에스겔이 본 ‘하나님의 임재’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물리적 구조나 자연 현상으로 설명하려고 너무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에스겔의 환상 보도에서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신비로운 현상은 하나님의 임재를 알리는 신호였으며 하나님의 임재는 어느 장소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운행하신다는 사실입니다. 성전에만 계신 줄 알았던 하나님께서 이역만리 절망의 땅에 던져진 그들 앞에 와 계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마주한 에스겔은 그 앞에 엎드렸습니다. 하나님의 현현은 우리의 경배와 경청을 요구합니다.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뵙고 엎드린 모세에게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출 3:4), 성전에 가득한 영광 가운데 하나님을 뵈었던 이사야도 엎드려 주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사 6:8). 이제 에스겔도 기적의 장면과 신비로운 물체를 넘어 거룩하신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엎드립니다(28절). 사명을 받을 준비가 된 것입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임재 앞에 엎드려 사명을 받을 준비가 되었는지요.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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