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올해의 헌금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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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올해의 헌금은 어디로
  • 손동준
  • 승인 2023.04.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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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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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준 기자

 

올해는 저출산이었다. 해마다 부활절연합예배를 취재하면서 눈여겨보는 대목이 있다. 바로 예배를 통해 모인 헌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다.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는 해마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현장에 헌금을 전달하는 전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 5년간의 사용처를 되짚어보니 해마다 준비위원회가 헌금 사용처를 선정하는데 나름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2018년에는 다문화 가정과 한부모 가정, 2019년에는 다문화 가정과 새터민, 2020년에는 코로나19 지원, 2021년에는 방역 일선에서 수고하는 의료진, 지난해에는 동해안 산불피해자들에게 헌금이 전달됐다. 올해는 저출산대책위원회에 헌금을 전달한다고 한다. 저출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한 지표인 것 같다.

주변의 가까운 친구들과 후배들을 보면 이미 서른이 훌쩍 넘었는데도 출산은커녕 연애도 잘 하지 않는다. 이들이 해당 세대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자의 주변에서만큼은 저출산 현상이 심각하다. 저출산 심화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기자의 사견으로는 ‘나 하나 살기도 퍽퍽한 세상’에 누군가의 삶을 추가로 짊어지고 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와 일반적인 근로소득으로는 쳐다보기도 어려울 만큼 높은 집값,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입시경쟁 등을 생각하면 사견이 어느새 확신으로 바뀐다.

현시점 출산의 당사자인 Y세대의 일원으로서 올해 한국교회가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니 퍽 반가운 생각이 든다. 전해지는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가 중요하게 바라보는 의제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바라기는 이런 관심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더욱 이어지면 좋겠다.

더 나아가 예배 순서를 정할 때도 단순히 저출산의 문제, 다음세대의 문제가 기도 제목으로만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교단이나 연합기관 정기총회에서도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모든 순서자가 60대 남성 위주인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전 부활절연합예배에서처럼 가급적이면 관심의 당사자가 직접 예배의 순서자로 나선다면, 기왕의 관심이 더욱 큰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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