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빛나는 조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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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빛나는 조연이 있다
  • 김동기 목사
  • 승인 2023.04.1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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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기 목사 / 광음교회 담임
서기 김동기 목사
서기 김동기 목사

 

영화나 소설을 보면 주연과 조연이 등장한다. 만약 배우라면, 주인공을 하고 싶은가? 잠깐 등장하고 마는 단역이나 조연을 하고 싶은가? 대부분 주인공을 빛나게 해주고 조용히 사라지는 조연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 못지않게 ‘빛나는 조연’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훌’이다. 그의 이름은 ‘빛남, 고귀’라는 의미다. 훌은 자신의 이름처럼 살다 간 사람이다. 그는 성경에 몇 번 나오지 않는 인물이지만 그가 보여준 모습은 충분한 감동을 주고도 남는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남들이 알아주거나 돋보이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게 본능일 것이다. 요즘 세대를 MZ세대라고 한다. MZ세대만큼 기성세대와 다른 세대는 없는 것 같다. 기성세대가 겸손을 미덕으로 삼았다면, MZ세대는 자기표현이 분명하고, 자기 자신이 어필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고 한다.

그런데 훌은 자신을 빛나게 사는 삶보다 남을 빛나게 하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출애굽한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은 아말렉 족속과 전쟁에 휘말렸다. 모세는 르비딤산 꼭대기로 올라가서 손을 들고 기도하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모세가 팔이 아파 팔을 내리면 이스라엘이 지고, 손이 올라가면 이기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튿날, 아론과 훌이 모세와 함께 산에 올라가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모세의 팔이 내려오지 않도록 붙들어 올려 주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아말렉을 대파하고 승리했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던 이유, 아론과 훌의 공로가 컸기 때문이다. 그들이 양쪽에서 모세의 팔을 높이 붙들어 올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도 아론과 훌에게 공을 돌리지 않는다. 아론은 대제사장이요, 모세의 형이니까 좀 다르겠지만, 훌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훌은 섭섭해 하거나 시험에 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겸손히 섬기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는 스타가 되기보다, 빛나는 조연에 만족하고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자기만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우기기도 한다. 늘 자기가 중심에 있어야 하고, 자기가 드러나야 만족하는 사람 때문에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나 조직이 흔들리고 ‘사분오열’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사회도 마비가 되고 나라가 어지럽기도 하다.

주연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떠한가? 다른 사람을 붙들고, 세워주고, 섬겨주는 것이야말로 아름답고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예수님께서도 섬김을 받지 않고 도리어 섬기러 오셨다고 하셨다. “빛남”이라는 의미가 있던 훌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 비추지 않고, 남을 비추었듯 우리도 주님의 마음을 본받아 훌과 같이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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