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오늘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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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늘 죽어요”
  • 최새롬 목사
  • 승인 2023.04.0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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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새롬 목사의 ‘다음세대 이야기’ ②학원복음화 인큐베이팅의 시작
최새롬 목사 ‘학원복음화인큐베이팅’ 대표, 백석총회 파송 학원선교사
최새롬 목사 ‘학원복음화인큐베이팅’ 대표, 백석총회 파송 학원선교사

 

2009년, 신대원 1학년의 열정과 패기로 가득했던 때였습니다. 당시 고신측 교회 파트타임 전도사로 토요일 새벽기도를 담당했는데 설교준비에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는 새벽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한 여자 집사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전도사님, 오늘 말씀을 듣고 기도하는데 성령님께서 마음 가운데 학교에서 예배를 시작하라는 생각을 주셨어요.”

음악 교사셨던 집사님의 초대로 고등학교 기독교동아리 예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준비한 찬양과 말씀을 열정을 다해 전했는데 아이들이 찬양을 따라 하지도 않고 말씀을 지루해했습니다. 속으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집사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아이들 대부분이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1~2교시는 예배와 소그룹 모임으로 채우면 되지만 문제는 3교시였습니다. 아이템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종이쪽지에 고민이나 질문을 써서 무대로 던지면 개그맨들이 그 쪽지를 보고 답을 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 고민, 질문, 하고 싶은 말 등 아무것이나 써서 던지라고 했습니다. 이 말에 수많은 쪽지들이 날아왔습니다. 수업을 잘 마무리하고 바닥에 놓인 쪽지를 펴보았습니다. 

“저 오늘 죽어요.”

한 쪽지 속에 적힌 여섯 글자를 보곤 심장이 철렁 가라앉았습니다.

무기명이라 연락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뿐이라 더욱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누군지 모르지만 제발 이 아이를 살려주세요.’

다행히 그날 밤 학생이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 사건을 잊고 있었는데요. 졸업시즌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저 기억하세요?”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서운해할까 봐 아는 척했습니다. 

“그럼, 기억하지~” 

“저 그때 자살하려고 했던 아이에요.”

“정말?”

“제가 교회도 안 다니고 찬양도 성경도 잘 모르는데요. 죽기로마음 먹은 날 찬양 소리와 말씀이 귓가에 들렸어요. 그리고 마음 가운데 분노와 슬픔이 잦아들고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제가 죽지 않았어요.”

“너무 감사하구나! 잘했어! 하나님이 널 사랑해.”

저는 이 순간 회개했습니다. 교회 다니지 않는 아이들과의 예배 자리로 보낸 하나님께 불평했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하나님께서 한 영혼을 구원하고 회복하시기 위해 학교 현장에 보내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마음가짐을 고쳐먹고 최선을 다해 학교 현장을 찾아가다 보니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교회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얻고 그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은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속적으로 다가가고 인내하고 사랑하고 함께 할 때 아이들의 마음 문이 열리고 예수님의 복음을 받아들입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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