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선교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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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선교의 어머니
  • 최순호 장로(원천교회)
  • 승인 2023.04.0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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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함께하는 행복한 성지순례2

삼각형 모양으로 된 아치를 통과해 기념관에 들어서자 중앙 정면에 치마저고리에 성경책을 왼쪽 겨드랑이에 낀 다부진 모습의 문준경 전도사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버선에 고무신을 신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섬 선교에 열심이었던 문 전도사는 바닷물이 빠지면 섬과 섬 사이를 오갈 수 있는 ‘노두길’을 이용해 1년에 9켤레의 고무신이 닳도록 여러 섬을 돌아다녔다. ‘고무신목회’ ‘섬 선교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전시관 1, 2층에는 문준경 전도사의 일대기와 그가 살아온 삶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사도바울처럼 온몸으로 전도를 했다. 문준경 전도사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신앙이 수많은 열매를 맺었다. 김준곤 신학박사를 비롯한 700여 명의 목회자와 장로가 배출됐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12:24)” 기념관 앞뜰에 새겨진 성경구절이다.

전시관 뒤 산책로를 따라 600m쯤 올라가면 상정봉(124.2m) 정상에 문준경 전도사가 기도를 했다는 ‘기도바위’가 있다. 기도바위에 서면 시원한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올라가는 길이 약간 가파르긴 하나 건강이 허락된다면 꼭 가볼 것을 추천한다. 아마 풍수지리를 하는 사람이 보면 기를 받는 곳이라 할 명당이다.

전시관에서 바닷가 쪽으로 순교지가 있다. 갯벌이 끝없이 펼쳐진 해안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순교지에 다다른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 아직은 찬바람이 느껴진다. 온갖 풍상을 이겨내고 순고한 삶을 살아온 문준경 전도사의 삶을 마주하는 곳이다. 이곳 모래사장에서 죽창에 찔리고 총탄에 맞아 순교했다.

아픈 사람에게는 의사, 출산을 돕는 산파, 소식을 전하는 집배원,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을 퍼주는 도움의 손길이었던 문준경 전도사의 장례식에는 김구 선생의 장례식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나 개인의 삶을 살아온 것이 전도사님 앞에 부끄럽기만 하다”며 아무 말없이 바다를 향해 누워있는 문준경 전도사의 삶을 마주한 어머니가 중얼거리듯 되뇐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상정봉 기도바위까지 올라갔다 왔더니 배가 출출하다. 신안은 전국에서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청정지역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백합탕에 낙지꾸리를 시켰다. 담백한 백합탕 국물에 매콤한 낙지꾸리는 봄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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