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사실 현직에 있을 때도 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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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는 사실 현직에 있을 때도 교인이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3.04.0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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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은퇴목회자의 삶과 딜레마② 그냥 성도가 된다는 것

고신대 김재윤 교수, 제12회 서울포럼 발제
‘개혁주의 입장에서 본 목사직 은퇴’ 주제로
퇴임의 순간, 목사직을 가득 채웠던 직무와 수고가 그치기 때문에 공허함이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개혁주의의 관점에서 목사의 퇴임은 특별한 직분자에서 성도와 교인이라는 단계로의 강등이 아니다.
퇴임의 순간, 목사직을 가득 채웠던 직무와 수고가 그치기 때문에 공허함이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개혁주의의 관점에서 목사의 퇴임은 특별한 직분자에서 성도와 교인이라는 단계로의 강등이 아니다.

“목사의 퇴임은 목사라는 특별한 직분자에서 성도와 교인이라는 다른 단계로 ‘다운 그레이드’되는 것이 아니라 목사로서 감당했던 직무를 벗을 뿐 교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이 계속되는 것이다.”
최근 예장 고신 서울북부노회가 주관한 제12회 서울포럼에서는 고신대 김재윤 교수(교의학)가 ‘개혁주의 입장에서 본 목사직의 은퇴’라는 제목으로 발제에 나섰다. 이날 발표에서 김 교수는 목사직의 ‘은퇴’라는 표현 대신 ‘퇴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은퇴가 직업활동 및 여타 사회활동에서 물러나 한가히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면 퇴임은 목사직에서 ‘벗어나는 것’, 즉 위임의 환수에 방점을 둔다.

김 교수는 “종교개혁 이후 개혁교회에서는 ‘목사가 곧 교회’라고 할 만큼 목사 직분에 엄청난 무게를 둔다. 이는 존중받아 마땅하다”면서도 “그러나 ‘목사가 교회’라는 말에는 거룩한 복음 설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는 ‘목회자들의 모임’이 아니라 ‘믿는 자들의 모임’이라는 개혁교회 교회론의 가장 중요한 정의를 상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목사의 퇴임은 목사 직분의 무게와 그 짐의 무거움을 내려놓는 동시에 성도가 누리는 영광을 오롯이 누리는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목사는 사실 현직에 있을 때도 교인이다. 다만 목사의 퇴임은 성도 중 일부로서 수행하던 목사 직분이라는 임무와 그 무거움을 벗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성도로 살아간다는 것은 거룩한 설교 아래, 거룩한 치리 안에, 교회의 목양 안에 사는 것”이라며 “평생 교회를 위해 고민하고 애쓰던 자리에서 갑자기 성도의 자리로 선다는 것이 낯설 수는 있지만, 이 또한 절대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이는 김 교수가 발제에 인용한 마르틴 부처의 직분론에도 잘 나타난다. 부처는 루터와 칼뱅의 중간 세대에 해당하는 종교개혁가로 ‘만인제사장’에 대해 루터보다 한층 더 강조점을 뒀다. 부처는 교회 안의 어떤 부분에서도 사제에게 직분이 집중되는 것을 거절했다. 대신 ‘성도’의 기준을 높게 설정했는데 “더는 교회의 봉사자들에게 배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성령으로 불타고 그 어떤 누구에 의해서도 권면 되지 않고 어떤 외적인 방편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완벽함에 이르러야 한다”고 했다.

 

고신대신대원 김재윤 교수(교의학)가 지난달 23일 양주새순교회당에서 열린 제12회 서울포럼에서 '개혁주의 입장에서 본 목사직의 은퇴'를 주제로 발제했다.
고신대신대원 김재윤 교수(교의학)가 지난달 23일 양주새순교회당에서 열린 제12회 서울포럼에서 '개혁주의 입장에서 본 목사직의 은퇴'를 주제로 발제했다.

 

교인 됨의 의무도 만만치 않다

김 교수는 목사직에 대해 “스스로 근거나 권위를 가지지 않고 끊임없이 위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임식으로 위임이 자동적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목사직무가 수행될 때 계속해서 삼위 하나님과 교회에 의해서 위임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목사직무는 설교와 성례, 권징을 말하지만 사실상 이 세 가지는 ‘설교’라는 하나의 직무로 귀결된다. 김 교수는 “목사는 자신의 직무, 즉 설교라는 문맥에서만 최고의 권위를 가진다”며 “설교라는 직무가 목사직분을 목사에게 위임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런 차원에서 목사의 퇴직은 위임을 거두어들이는 과정이다. 교회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께서 한 목회자에게 부여하셨던 직분을 다른 목사에게 위임하는 사건이다. 김 교수는 “자신이 은혜의 공간인 교회를 세운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세우시는 교회 안에서 함께 은혜의 달콤함과 기쁨을 맛본 것”이라며 “따라서 목사 퇴임은 공로가 지배해서는 안 되고 목사직 안에서 자신이 누렸던 은혜를 다른 성도들과 나누며 이를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권면하며 목사직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목사직을 가득 채웠던 직무와 수고가 그치기 때문에 공허함이 찾아올 수 있다”면서 “목사의 퇴임은 그리스도께서 자신으로부터 직무를 거두어들이셨다는 것을 인정하고 교인 됨의 영광과 특권을 누리고 의무를 다하는 자리를 지켜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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