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회는 슬램덩크보다 나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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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회는 슬램덩크보다 나아야 한다
  • 김학중 목사
  • 승인 2023.03.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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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 / 꿈의교회 담임
김학중 목사 / 꿈의교회 담임

최근에 레트로 열풍을 타고,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가 있다. 바로 일본의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린 <슬램덩크>라는 만화이다. 199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부터 청년까지 큰 인기를 끌었는데, 한 세대가 지나서 성인이 된 그때의 어린이들이 다시 찾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슬램덩크가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스포츠가 주는 감동적인 요소가 있다. 그리고 현실에서 쉽게 할 수 없는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또한 스토리가 탄탄하고,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코믹적인 요소까지 더해져, 보는 이들이 몰입하게 만든다.

그런데 필자는 더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그 주인공들이 완성형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만화나 소설의 주인공은 범접하기 어려운 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뿐 아니라, 절대로 잘못하지 않는, 이미 성숙한 인격을 가진 경우도 많다. 하지만 슬램덩크의 주인공들은 다르다. 그들은 우리처럼 성장한다. 그들의 부족함과 미숙함은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순간의 희열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이처럼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장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 매력이다.

당시 많은 아이들과 청년들이 슬램덩크를 보며, 나도 지금은 부족하더라도 언젠가는 저렇게 아름답게 성장하기를 바라며 꿈꾸었다. 그런데 30년이 지나, 어느덧 이 아이들과 청년들이 주축 기성세대가 된 지금, 우리의 사회와 교회는 어떤 모습으로 있는가?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기보다 굴욕적으로 생각하고, 남의 부족함을 포용하기보다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 결과 하루가 멀다 하고 분열의 소리가 들린다. 순수하게 예수님을 믿던 분들이 어느 순간 정치병에 걸려서 하루 종일 그것과 관련된 영상만 보고 앉아있고, 이성적인 믿음을 갖던 사람들이 맹목적인 이념에 빠졌고,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을 가리켜 ‘마귀’보다 더 심한 욕설을 퍼붓는다. 한마디로 말해서 여와 야의 정치적 분열, 좌와 우의 이념적 분열, 그리고 연합과 순수성의 종교적 분열이 한데 어우러지는, 총체적 분열과 인신공격과 반목의 길을 걷고 있다.

과연 이것이 주님이 바라시는 사회의 모습이고, 교회의 모습일까? 말씀 그 자체라는 예수님의 모습을 조금만 보아도,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교회라던 예루살렘 교회를 보라. 야고보 장로 같은 특정한 한 사람만 주인공이 되는 공동체가 아니었다. 또 베드로 같은 특정 인물이 원맨쇼를 펼치는 곳이 아니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공동체였고,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세워 나가던 곳이었다. 그 모습에 감동한 사람들이 칭찬하고, 서로 들어오고 싶은 곳이었다.

물론 과거의 이야기이다. 지금은 아니다. 그 결과 74%의 응답자가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하고, 83%의 응답자가 교회의 정치 참여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 아닐까? 교회가 다시 세상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서로의 약함을 품어주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물론 귀찮다. 물론 이 과정이 아프고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은 교회라도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아무도 교회가 세상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는 반드시 세상을 이길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슬램덩크보다는 나은 교회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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