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렘브란트의 ‘이삭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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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 렘브란트의 ‘이삭의 희생’
  • 김한호 목사
  • 승인 2023.03.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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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담임
김한호 목사.
김한호 목사 / 춘천동부교회 담임

 

17세기 네델란드의 화가 렘브란트는 30세에 유화로 ‘이삭의 희생’이란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삭은 뒤로 묶여 있고, 아브라함은 손으로 이삭의 입과 턱을 틀어막고 젖힌 목에 칼을 내려치려는 순간, 천사가 그 손을 붙잡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그대로 순종하는 아브라함의 단호함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그림을 그렸던 1635년, 그는 사스케와 결혼을 합니다. 그는 결혼을 하면서 사랑하는 아내, 재정적 안정, 화가로서의 명예를 갖게 됩니다. 이 시기에 그는 인생의 가장 풍요롭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냅니다. 남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이 시기 그의 그림은 자신감이 가득합니다.

10년이 지나 40대의 나이가 되어 다시 동일한 성경본문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동판화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아브라함과 이삭이 서로 마주 대하고 서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한 손가락이 하늘을 향하고 다른 한 손은 가슴에 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하나님의 뜻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이삭은 번제용 나무를 들고 있는데 그 표정이 당황스럽고 어둡습니다. 두 번째 그림을 그릴 때에 자녀 4명중 3명을 잃고 아내마저 잃은 렘브란트는 그림을 통해 아버지 아브라함의 모습과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그 일이 쉽지 않아 슬픈 표정으로 나뭇단을 들고 서 있는 이삭의 얼굴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담아내고 있는 듯합니다.

세 번째 그림은 다시 10년이 지나 렘브란트의 나이가 50대가 되었을 때 그린 동판화입니다. 여기서는 이삭의 순종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삭은 결박되지 않았으며 무릎을 꿇고 아버지의 결정에 순종합니다. 아브라함은 이삭의 눈을 가리고 있으며 그를 찌르기 위해 칼을 들고 있는데 그 손은 이상하게도 왼손입니다. 무력해 보이지만 역시 순종하는 아브라함의 모습은 이전 그림들보다 갈등 없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릴 때 렘브란트는 아내와 사별하고 자녀를 잃는 복잡한 가정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재정 파산신고까지 한 상태였습니다. 이 시기의 그림에는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면서 인생이 단순하지 않고 우리의 신앙생활이 순탄치 않음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렘브란트는 삶이 힘들 때나 행복할 때나 변함없이 자신의 믿음을 담아 아브라함과 이삭의 순종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이삭을 번제로 드려졌던 바로 그 자리에 2000년이 지난 후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예수님의 순종은 우리를 구원에 이르도록 하였습니다.

3월 초 26명의 성도들과 함께 디아코니아 해외탐방으로 대만 선교를 다녀왔습니다. 선교 기간동안 하나님께서 예비해주신 풍성한 은혜를 나누며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하고 돌아왔습니다. 선교에 함께 했던 이들 중에는 내가 순종해서 선교를 다녀오면 자녀가 잘 되고 가정의 문제가 해결되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 순종하여 다녀왔으니 문제를 해결하여 주실 거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나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순종 자체입니다. 복이 목적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온전히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십자가를 지셨듯이, 어떤 상황에서도 오직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말씀에 순종하여 살아가는 것이 먼저입니다. 렘브란트가 인생 전체에 있어서 변함없는 믿음으로 순종하며 살아왔던 것처럼 우리의 삶이 힘들고 억울한 일이 생기고 눈물 나는 일이 있다 하여도 신실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순종의 길을 걸어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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