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 100주년 앞두고 리더십 교체하나…혼란 우려
상태바
교회협, 100주년 앞두고 리더십 교체하나…혼란 우려
  • 손동준
  • 승인 2023.03.22 1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홍정 총무, 최근 감리회 감독들에 ‘사임’ 의사 밝혀
‘동성애 문제’에 대한 발전된 합의 못이룬 책임감 토로
“직원 월급 밀릴 만큼 재정난, 이 총무 압박감 컸을 것”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가 지난 4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식 사과를 표명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이홍정 목사)가 휘청이고 있다. 교회협 총무 이홍정 목사가 최근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들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사임 의사를 밝힌 것. 이와 함께 ‘동성애에 대한 입장’뿐 아니라 ‘만성적 재정난’, ‘차기 리더십을 둘러싼 잡음’까지, 내재해 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 총무가 감리회 감독들에게 사임 의사를 밝히게 된 핵심 쟁점은 역시 ‘동성애 이슈’였다. 지난해 열린 제35회 감리회 행정총회에서는 일부 총대들이 “교회협이 동성애를 옹호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한다”며 교회협 탈퇴를 주장한 바 있다. 

이 총무는 감독들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동성애 문제’가 사임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음을 분명히 했다. 이 총무는 “그동안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문제에 대한 진정 어린 신앙적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보다 발전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기 위한 공론화의 과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라며 “무차별적인 선전·선동을 동반한 가짜뉴스와 반대를 위해 의도된 과잉 해석과 특정 집단의 정치적 입장들이 ‘탈진실의 시대’를 이끌며 본질을 왜곡시킨 채 한국교회와 사회를 분열로 몰아가는 데 대해서도 책임있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총무가 사의를 표하기까지 교회협의 심각한 재정 상황도 또 다른 압박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장기간 만성 적자에 시달려 온 상황에서 최근 감리회가 분담금 납부를 미루자 사무처 직원 월급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이밖에 회관 관리비 납부와 퇴직금 적립도 일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그래도 지난해 열린 70-4차 실행위원회에서는 교회협의 심각한 재정 상황에 대한 의제가 중요하게 다뤄진 바 있다. 당시 ‘교회협 지속가능성 증진을 위한 연구보고서 작성위원회’는 “교회협은 현재 회원교단과 연합기관의 회비 중심의 재정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각 교단이 애정을 가지고 협력해 오고 있지만, 한국교회 전반이 어려워지는 데다, 교회협 안의 구심력 약화로 인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특히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안정적인 재정구조로의 전환(분담금 증액)’과 ‘사무처 구조개혁(인적 물적 재배치)’을 언급하기도 했다. 

회원 교단 분담금은 예장 통합이 약 1억5천만 원으로 가장 많고, 감리회는 약 1억 3천만 원으로 두 번째다. 문제는 회원교단과 단체들이 모두 분담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더라도 직원들의 월급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총무가 모금을 통해 재정에 숨통을 틔워줘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한 교회협 관계자는 “이 총무가 개인대출을 끌어다가 직원 월급을 주기도 했다”면서 “설사 모금을 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모금과 관련한 비난은 이런 사정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교회협 핵심 요직을 거친 원로 인사는 “사실 아무 일도 안 하면 돈도 많이 안 든다”면서 “일을 하려면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에겐 그만한 경비를 줘야 하기에 딜레마”라고 말했다. 특히 “100주년을 앞두고 교회협이 한창 일을 해보려는 상황이라 재정적으로 힘든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총무가 100주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사임하고, 갑작스런 리더십 교체가 이뤄진다면 자칫 기념사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큐메니칼 진영 전체로 볼 때도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이홍정 총무 한 명 빠진다고 교회협이 자신들의 핵심의제인 ‘소수자 문제’를 도외시할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재정 상황도 좋지 않다. 차기 총무는 ‘잘 해야 본전’이라는 이야기가 벌써 에큐메니칼 인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교회협 정관은 총무 부재 시 2개월 이내에 보선하도록 하고 있으며 보선된 총무는 이홍정 총무의 잔여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교단 순번에 따라 차기 총무는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편 이홍정 총무는 오는 4월 20일 열리는 제71-2차 실행위를 마지막으로 총무직을 사임할 뜻을 교회협 회장 강연홍 목사에게 문서로 전달했으며, 실행위가 사표를 수리하면 본격적인 리더십 교체 작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