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누가 봐도 예수쟁이 -『그 청년 바보의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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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누가 봐도 예수쟁이 -『그 청년 바보의사』를 읽고-
  • 김기창 장로
  • 승인 2023.03.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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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장로
김기창 장로/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누가 봐도 그는 예수쟁이였다. 분명 세상과 구별된 사람이었다. 예수님께 우선순위를 두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이 땅에서 예수님과 똑같은 33년을 살다 하나님 품으로 갔다. 그는 참으로 훌륭한 신앙인이었다.

안수현이 쓰고 이기섭이 엮은 <그 청년 바보의사를 또 읽었다. 안수현은 의사 겸 수필가이자 칼럼니스트이다. 그가 군의관으로 복무 중일 때 사격훈련 지원을 나가 병사들과 풀밭에서 식사를 하고나서 유행성출혈열에 감염되었다. 응급실로 실려온 후 보름이 지난 2006년 1월 7일, 하나님 나라로 떠났다.

그는 공부보다는 늘 신앙이 우선이었다. 재수를 할 때에도, 의대에 진학해 시험을 앞둔 전날에도 예배에 빠진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병원 일을 하면서도 주일을 지키려고 동료들과 시간을 바꾸어 가며 야간 당직을 서기 일쑤였다. 의약분업 사태로 의사들이 파업을 할 때, 그는 왕따를 당하면서도 끝까지 병원을 지켰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자를 돌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방 속과 의국 책상 위에는 기독 서적과 CCM 카세트 음반을 늘 준비하고 교회 후배, 병원 동료, 환자들, 심지어 환자들의 가족들까지 가리지 않고 그들에게 필요하다 싶은 책과 찬양 테이프를 선물했다. 서점에 가면 보통 40%는 자기 책을, 60%는 다른 사람에게 줄 책을 구입하는데, 일 년 동안 300권 정도를 선물했다고 한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책(음반)이 흘러가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실현되게 하는 또 하나의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하나님의 가르침에 따라 의술을 펼쳤기에 여느 의사들과 달랐다. 몸의 병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환자들의 마음까지 깊이 헤아릴 줄 아는, 그야말로 ‘참 의사’였다. 환자의 손을 붙잡고 울어주고, 돈이 없는 환자를 위해 병원비를 대신 지불하며, 인연을 맺은 환자를 끝까지 살폈다. 환자들과 마주할 때면 늘 “많이 아프세요?”, “빨리 처치 못해줘서 미안해요”라며 인간적인 관심을 보이고, 밤이면 병원을 돌며 맡은 환자들을 붙잡고 조용히 이렇게 기도했다.

“여호와 라파 치유의 하나님, 우리 A 환자 분의 병을 낫게 하여 주십시오. 좀 더 시간을 주셔서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게 하여 주시고, 무엇보다 예수님을 믿고 신앙을 고백하게 하여 주십시오. 저는 치료만 할 뿐이니, 우리 주님께서 몸과 영혼을 깨끗하게 치유하여 주실 것을 믿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환자들은 의사 가운을 입은 예수님을 만났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믿는 예수라면 나도 한번 믿고 싶다’는 환자의 고백이 이어진다. 현대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오슬러(William Osler)는 ‘훌륭한 의사는 병을 치료하지만, 위대한 의사는 환자를 치료한다’고 했다. 안수현의 처방은 누가 봐도 환자를 치료하는 최고의 명약이었다.

위선적인 크리스천의 행태를 철저히 경계한 그는 “우린 믿는 자의 모임 안에서는 ‘착하고 충성된 종’일 수 있지만, 바깥에 나가면 도움이 필요한 ‘작은 자’를 무시하고 지나치는 ‘바쁘고 악한’ 종교인이 될 수 있다”라며 교회 안의 친한 크리스천들끼리만 상대하고 교제하는 영적인 도색(桃色)은 그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를 추모하는 K 교수의 시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하나님을 삶의 비전으로 삼고
예수의 흔적을 자신의 몸에 
아로 새기며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진리의 구도자로
사랑의 전파자로
백 년을 살아도 의미 없게 
살 수 있는 인생을
짧은 만큼 더욱 가치 있게 
잘 살아온….

안수현! 그는 서른 세살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예수님의 흔적(Stigma)을 이 땅에 남겼고, 헨리 나우웬이 말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살아 있는 기억 매체(The Living Reminder)’가 되었다. ‘진정한 섬김’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준 그의 삶은 우리에게 뭉클하고 진한 감동을 안겨주면서, 우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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