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배의 시작은 주차장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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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예배의 시작은 주차장부터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03.21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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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평소 출석하던 교회가 아닌 타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됐다. 남편과 함께 4, 3살 어린 자녀 둘을 데리고 방문하느라 짐이 한가득이었다. 교회 주차장에 들어서니 이미 만차. 걸어서 15분 거리의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마음으로 핸들을 돌리려는 찰나 주차요원으로 섬기는 봉사자 한 분이 뛰어오더니 영유아 동반은 우선 주차 대상이에요!”라며 닫혔던 주차장 입구를 개방해주었다. 할렐루야! 덕분에 큰 수고를 덜었던 기억이 감동으로 남았다.

보통 성도들은 예배는 찬양과 기도에서 시작되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교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더 정확히 말해선 교회 주차장에 발을 들이는 때부터 예배가 시작된다고 믿는다. 이 말인 즉슨 은혜역시 주차장에서부터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곤란한 상황에서 달려온 주차요원을 보고, 나아가 교회에 감사를 느꼈던 기자처럼 말이다.

교회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나 새신자의 경우 더욱 그렇다. 교회와의 가장 최초 접촉점인 주차장에서 이 같은 배려를 누렸다면 하루 종일 마음을 활짝 연 상태에서 설교를 듣고 교제를 가질지도 모를 일이다. 반대로 주차장에서부터 당황스러운 일을 겪거나 불미스런 일로 고성이 오가고 얼굴을 붉혔다면 이후 설교는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은혜도 받기 어려워진다.

물론 이른바 주차 사역이 봉사자들만의 수고만으로는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 온 성도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청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교회 차원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실례로 어느 작은교회는 주차도 사역입니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중직자일수록 교회 주변 공단에 주차해줄 것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권면하고 있다. 공동체를 위해 나부터개인의 편의를 잠시 내려놓자는 이 교회의 부탁이 희망적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주차 문제 하나도 소홀히 넘기지 않고 귀한 사역으로 여기는 교회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본질은 주차를 넘어 상대적 약자들을 향한 배려와 섬김이다. 사실 주차장은 상징일 뿐, 교회 곳곳이 예배당으로서 은혜를 누리기 충분한 공간들이다.

가령 누군가는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은혜를 받을 것이고, 누군가는 자녀들을 위해 마련된 작은 놀이공간에서 은혜를 받을 것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어르신은 계단 대신 설치된 경사로에서 은혜를 받는다.

항상 교회의 모든 곳이 예배의 연장선임을 고려한다면 한 영혼이 살아나는 열매를 더욱 풍성히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그토록 어렵다고 외치는 전도와 선교의 실마리는 한 영혼을 위한 작은 배려와 섬김에서 비롯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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