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자에게 기회는 없어…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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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자에게 기회는 없어…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다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3.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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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72) - “너희 마음을 속였느니라” (렘 42:20)

시드기야 왕이 폐위되면서 유다는 극심한 혼돈에 빠져듭니다. 예루살렘 성과 성전이라는 인프라의 붕괴는 물론, 백성의 구심점이 될만한 엘리트 집단은 바벨론으로 끌려가고 유다 땅에는 힘없고 무능한 ‘땅의 백성들’만이 남는 인적 자원의 고갈이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진작 이 일을 예언했던 예레미야는 70년이 지나면 그들을 풀어주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유배를 받아들이라고 한결같이 외쳤습니다. 유다가 오랫동안 구축했던 방어망과 병력을 총동원하고도 상대가 되지 못했던 바벨론인데, 전쟁포로와 난민의 처지가 된 마당에 섣부른 저항은 유다 백성들의 씨를 말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유배 기간을 잘 견디며 바벨론 제국의 무대에서 살아남고 성공해서 나라의 재건을 이끌 후대를 양성하라는 것이 예레미야를 통해 주신 하나님의 ‘유다 재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습니다.

유다 왕과 지배층들 상당수는 하나님의 섭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망국의 이유가 그들의 불신앙과 완고함이었으니 놀랍지도 않은 일입니다. 그들은 예레미야의 명백한 권면을 무시하고 애굽의 힘을 빌어 바벨론을 막으려다 더 큰 파괴를 초래했고, 나중에는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해 애굽으로 도주하는 과정에서 애먼 백성들을 많이 상하게 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어느 날 그들이 군인들과 백성들을 대동하고 예레미야를 찾아 하나님의 뜻을 구한 것은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그들의 말은 진지하고 태도는 겸손했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탄원을 듣고 이 남아 있는 모든 자를 위하여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기도해 주소서 당신이 보는 바와 같이 우리는 많은 사람 중에서 남은 적은 무리이니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가 마땅히 갈 길과 할 일을 보이시기를 원하나이다.(렘 42:2~3)”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아는 예레미야는 “요청대로 기도하겠지만 당신들이 원하는 답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만 전하겠다”라고 말했고 그들은 결과가 어떻든지 순종하겠노라 맹세하며 서약합니다. “우리가 당신을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보냄은 그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좋든지 좋지 않든지를 막론하고 순종하려 함이라 우리가 우리 하나님 여호와의 목소리를 순종하면 우리에게 복이 있으리이다 하니라.(6절)”

그러나 예레미야는 알았습니다. 그들의 서약은 거짓이라는 것을. 초지일관 외쳐왔던 대로 애굽을 의지하지 말고 바벨론에게 복종하라는 말씀을 다시금 전하며 예레미야가 일갈합니다. “너희가 나를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 보내며 이르기를 우리를 위하여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기도하고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우리에게 전하라 우리가 그대로 행하리라 하여 너희 마음을 속였느니라(20절).” 그러자 하나님의 말씀에 무조건 순종하겠다 말했던 그들의 태도가 돌변합니다. 예언의 말씀에 정면으로 반발한 것입니다. “호사야의 아들 아사랴와 가레아의 아들 요하난과 모든 오만한 자가 예레미야에게 말하기를 네가 거짓을 말하는도다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는 애굽에서 살려고 그리로 가지 말라고 너를 보내어 말하게 하지 아니하셨느니라.(43:2)” 이 만남의 시작을 기록한 42장 1절에는 모든 백성이 그를 찾았다 하였는데, 말씀에 불복하는 장면을 담은 43장 2절은 ‘모든 오만한 자’라 못박은 것이 놀랍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복할 뜻이 없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당화해달라고 예언자에게 요구하는 오만한 사람들. 그들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자를 피하려다 곰을 만나듯(암 5:19), 그들이 몸을 맡긴 애굽에 머지않아 바벨론의 대군이 들이닥치고 살육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교만은, 언제나 패망의 선봉입니다(잠 16:18).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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