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의 비문에서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엿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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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콤의 비문에서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엿볼 수 있어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3.03.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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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142) - 카타콤과 기독교 신앙의 상징(20)

앞에서 카타콤의 그림들은 거의 대부분이 프레스코화로 되어 있고 복음서의 주요 사건들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수님의 탄생 그림에서부터 오천 명을 먹이신 일, 바다의 폭풍을 잠잠케 하신 일, 비유로 가르치신 사건들, 최후의 만찬에 관한 것, 혹은 닭 울 때의 베드로의 부인, 최후의 심판 등 다양했다.

이번에는 카타콤에 남겨진 비명(碑銘)이나 비문(碑文)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비문은 대체로 짧은 문장이지만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사생관 혹은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예컨대, 도미틸라(Domitilla)라는 사람의 것에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믿었던 사람”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런 형식은 전형적인 비문인데,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은 초기 교회 성도들이 삼위일체 교리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비문에는, “여기에 순결을 사랑하고 세상의 유혹을 거부한 확고한 신자이며 하나님의 사람인 퀸틸리아누스(Quintilianus)가 누워 있노라” 믿음으로 한 생애를 살았던 한 사람을 기념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부활신앙을 드러내는 비문도 있다.

“나는 모든 근심에서 벗어나 여기에 안식하노라. 내가 기다리던 일이 일어났고, 그리스도께서 오시면 나는 영원히 부활할 것이다.” 출생 후 5개월 후 사망한 아프로니아네(Aproniane)의 비문은 오늘 우리에게도 애절하게 다가 온다. “아프로니아네, 너는 하나님을 믿었어, 너는 그리스도 안에서 살거야.”(S. J. 니콜스, ‘5분 교회사’, 39)
한 가지 사례를 보자. <사진 1>을 보면, ενφαδε κειτε μαρα επλεοωσε ετων π. εν ιρηνη κοιμησις αυπ. “여기 마리아가 누워있다. 그는 80년의 삶을 마감했다. 평화 가운데 잠자고 있다.” 이렇게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μαρα는 마리아(Mary)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고, εἰρήνη 다음의 이상한 표시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 마지막 줄의 o는 p를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유형의 비문이 많다. 예컨대, “라오디게아 출신 유대인 여성 아미아스가 여기 누워있다. 그는 85년을 살았다”(Here liethe Ammias, a Jewess, from Laodicea, who lives 85 years) 등이 그것이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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