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에는 죽은 가족을 기념하는 비문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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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콤에는 죽은 가족을 기념하는 비문도 많아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3.03.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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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143) - 카타콤과 기독교 신앙의 상징(21)

카타콤 비문 중에는 AGAPEVIBES INETERNUM(오 아가페, 그대 영원히 살찌어다)과 같이 짧은 라틴어 글귀도 있고, 1년 40일을 살다가 죽은 딸을 기념하는 ALEXANDRIA IN PACE VIXITANNO VNODIESXL와 같은 비문도 있다. “알렉산드리아, 평안히, 그녀는 1년 40일을 살았다”라는 의미이다. 이런 것도 있다. <그림 1>을 보면,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ειρηνη τε φορτουνατε θυγατρι γλυκυτατη. “(우리의) 가장 사랑스런 딸 포르투나타에게 평화를”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소녀는 한 손으로는 큰 포도송이를 잡고 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비둘기를 안고 있다. 포르투나타(Fortunata)라는 이름은 이교도들에게 흔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이 이름이 죽은 자를 부각시키려는 의미 곧 돈호법(頓呼法)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카타콤 비문 중에 흥미로운 한 가지<그림 2>는 그리스어, 라틴어, 히브리어 등 3개의 언어가 기록된 비문이 있다는 점이다.

ενθαδε κειται τουβιας βαρζααρωνα, και παρηιοριος υιος τουβια βαρζααρωνα.
Hic est positus Tubias Barzah
arona, et Parecorius filius Tubi
ae Barzaharona.

이 글 밑에는 두 촛대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는 히브리어 샬롬 םולש 이라고 쓰여 있다. 

위의 비문은 이렇게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토비아스 바르자아로나와 토비아스 바르자아로나의 아들 파세코리우스가 묻혀 있다.” 아들과 아버지가 같이 묻히는 경우나 비문에서 그리스어 라틴어 외에도 히브리어가 사용된 점으로 보아 유대인의 비문으로 보인다. 히브리인들의 전통에서 아들(후손)이 아버지(선대)와 같이 묻히는 경우가 있었는데(창 49:31, 삿 8:32, 삼하 2:32, 17:23, 21:14, 왕상 8:22, 왕하 9:28 등) 이런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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