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시골 아가씨의 놀라운 성장과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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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시골 아가씨의 놀라운 성장과 변화
  • 최운식 장로
  • 승인 2023.03.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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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식 장로
최운식 장로/서울장위감리교회 원로장로,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오늘 30여 년 전에 헤어진 뒤로 소식을 몰라 궁금하던 시골 아가씨(지금은 47세의 중년이 된)가 찾아왔다. 뜻밖의 방문에 놀랍고, 반갑고, 기뻐서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와의 인연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북 진천에서 목회하시는 전도사님께서 그 마을에 사는 불우한 여자아이를 가사도우미로 데리고 잘 가르치며 키워달라고 하셨다. 우리 집은 아내가 교사로 재직하고 있어 수년 간 가사도우미를 데리고 살았다. 그러나 그때는 삼남매가 모두 성장하였으므로 가정부를 두지 않아도 되는 때였다. 아내는 망설이다가 어머니 시중들 사람이 필요하므로, 막내딸을 기르는 심정으로 그를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그는 열네 살 먹은 작은 체구의 소녀로, 촌티가 지르르하였다. 60세가 넘은 아버지와 시각장애인 어머니 슬하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도 잠시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구구단도 외우지 못하였고, 생활습관이나 예절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였으며, 부엌일 역시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아내는 틈나는 대로 바른 생활 습관을 갖도록 일러주었다. 또 구구단을 외우게 하고, 생활에 필요한 계산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영어의 알파벳도 가르쳤다.

그러는 동안 생활습관이나 예절이 많이 좋아졌다. 부엌일도 차츰 익혀 아내를 도와줄 수 있게 되었다. 딸한테 배워 피아노도 조금 칠 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부모님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여 진천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4년 7개월을 함께 사는 동안 우리 가족과는 고운 정 미운 정이 들었으므로 무척 서운한 작별이었다.

그 뒤로 몇 번 편지가 오간 뒤로는 소식을 모른 채 30여 년을 지냈다.

나와 아내는 그가 지내온 일을 들었다. 그는 우리 집에서 가지고 간 돈으로 쓰러져 가는 집을 수리하고, 수도를 놓아 허리 굽은 아버지가 양동이로 물을 길어 오지 않아도 되게 하였다. 그는 열아홉 살에 진천여자중학교 1학년에 입학하였다. 학교에서는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님을 지성으로 봉양하면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추천하여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22세에 진천상고에 입학하여 공부하는 동안에 교육부장관이 주는 효녀상을 받았다. 그리고 전산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하였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모교에 사무원으로 취직하여 근무하였다. 그 때 학교에 컴퓨터를 납품하고, 전산시스템 운영을 돕던 회사원을 만나 결혼을 약속하였다. 결혼식 날 시어머니는 노쇠한 아버지와 시각장애인 어머니가 신부 부모님 자리에 앉는 것을 반대하였다. 그는 결혼한 뒤에 시집살이의 모진 수모와 고난을 기도로 이겨내며 5년을 참고 견뎠으나, 시어머니의 강요로 결국에는 이혼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섯 살 된 아들을 남편에게 맡긴 채 혼자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3년 뒤에 시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다시 결합하였다.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아들과 세 식구가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공부에 자신을 얻은 그는 어려운 중에도 학점은행제를 이용하여 대학 2년 과정을 수료한 뒤에 방송통신대학에 편입학하여 학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한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상담사 자격증을 땄다. 그런 뒤에 충북 교육청에서 뽑는 상담사 선발 시험에 합격하여 A고등학교에서 5년을 근무한 뒤에 B고등학교로 옮겨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혼자 피아노 치는 연습을 하여 200여 명 모이는 교회에서 반주를 한다고 한다.

그는 삶의 고비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의지하였고,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희망을 간직하고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의 제가 있게 해 준 것은 청소년 시절에 반듯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신 아저씨와 아주머니 덕택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라고 하였다.

그가 부모님을 위해 애쓴 일을 이야기를 할 때에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시어머니께 받은 모욕과 고통을 말할 때에는 분노를 느끼기도 하였다. 지난 일을 이야기하는 그의 언변이 어찌나 좋은지 나는 속으로 감탄하였다. 늦게 철이든 그의 성장과 변화된 모습이 참으로 놀랍다. 그를 이렇게 반듯한 중년부인으로 길러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어려움을 이겨낸 그의 앞날에 기쁨과 평안이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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