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자들의 묘비에는 ‘평안’을 비는 내용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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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자들의 묘비에는 ‘평안’을 비는 내용 많아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3.03.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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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144) - 카타콤과 기독교 신앙의 상징(22)

기독교 신자들의 묘비에는 짧은 비문만 있는 것이 아니고 긴 글귀나 그림이 그려진 경우도 있고, 크리스천 네임(Christian name)만 쓴 경우가 많은데 이름을 잘 못 쓴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비문에 날짜를 쓴 경우, 예컨대 ‘모월 모일,’ 혹은 ‘8월이 되기 하루 전’(a day before the Kalends of August) 등으로 썼는데 이 날짜는 죽은 자가 영원한 안식으로 들어간 날이라는 점에서 신성시된 날이었다. 그래서 날짜를 밝힌 경우가 많다. 신자들의 묘비명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문구가 ‘In pace’ 곧  평안히(in peace)라는 단어이다.1) 그 외에는 In Deo, 곧 ‘하나님 안에서’ 같은 문구도 있다. 예컨대, ARETVSA IN DEO, 곧 “아레투사(Arethusa), 하나님 안에서”, 혹은 GAVDENTIA IN PACE, 곧 “가우덴티아(Gaudentia) 평안하소서” 그런가 하면 이런 글귀도 있다. BICTORINA IN PACE ET ☧, 곧 “빅토리나, 평안히,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날짜를 기록한 경우로는 이런 비문이 있다. ALEXANDRIA IN PACE VIXITANNO VNODIESXL “알렉산드리아. 평안하기를. 그녀는 1년 40일을 살았다.” 혹은 FELICIA CVMFILIO IN PACE QVIXIT. ANO. XXV. ME ‘ X D/V III. QVIVIXIT. ANO. III. M. II 도 있다. “페리시타와 그의 아들. 평안히. 25년 10개월 8일간 살았고, (아들은) 3년 2개월을 살았다”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의 경우는 사별한 아내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 묻어 있다. MERENTI COIVGI EVTYCHIAE DVLCISSIMAθ ANNORVM XX QVAE VIXIT MECVM ANN IIII. “나의 사랑하고 감미로운 아내 에우티치아, 20세, 그녀는 나와 4년간 함께 살았다.”

아래의 흥미로운 비문을 소개하고 카타콤과 비문 이야기를 마감하고자 한다. 그림 중간의 튜닉(tunic)을 입은 손을 들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튜닉이란 고대 그리스인들이나 로마인들이 입던 소매가 없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의복인데, 로마인들의 일상적인 복장이었다. 좌우에는 작은 나무 가지를 물고 있는 비둘기가 그려져 있다. 글귀를 옮기면 아래와 같다. 상단에는 TITUS EVPOR, 그 아래에는 QUI VIXIT X ET MENSES VII DECESSIT VIII KAL MAIAS IN PACE.  “티투스 에우포르(Titus Eupor(us)), 그는 10년 7개월을 살았고, 그는 5월 8일 세상을 떠났다. 평안하기를”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1) F. van der Meer,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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