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아들을 보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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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아들을 보내놓고
  • 임문혁 장로
  • 승인 2023.03.0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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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혁 장로
임문혁 장로/서울 아현교회 원로장로·시인·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아들이 선교사가 되어 먼 나라로 떠난 지 1년이 되었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 네 식구는 지난 해 4월에 카자흐스탄으로 선교를 떠났다. 그동안 계절이 네 번 바뀌고 해가 바뀌었다. 낯선 땅, 낯선 문화, 언어도 안 통하는 낯선 나라로 가서, 어떻게 말은 잘 배우고 있는지, 어디서 어떻게 필요한 물품은 사는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는지, 밥은 제대로 먹고 잠은 잘 자는지, 추위와 더위는 어떻게 이기는지…. 아들과 며느리는 그렇다 쳐도 어린 손자, 손녀는 어떻게 적응하고 살 것인지,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다. 특별히 명절이나 생일 때가 되면 그립고 보고 싶고 안타까운 마음에 안절부절 못하겠다. 기도 자리에 앉으면 아들 선교사 가족에 대한 기도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 번 아들과의 이별을 겪었다. 첫 번째 이별은 대학에 들어가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면서다. 학기가 시작되면 기숙사에 들어가서 생활을 하다가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되어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때 아들의 빈 방을 열어보면 허전하고 문득문득 보고 싶고 걱정이 되곤 했었다. 잠은 잘 자는지, 밥은 제대로 챙겨 먹는지, 생활은 규칙적으로 잘 하는지, 강의는 제대로 잘 듣고 있는지, 안 좋은 친구들과 어울려 곁길로 빠지지는 않는지…. 기도 자리에 앉으면 아들 기도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아들과의 두 번째 이별은 휴학을 하고 군에 입대했을 때다.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걱정이 되고 마음이 쓰였다. 최전방 휴전선 근처 위험한 환경으로 들어간 아들 생각에 기도 시간은 더 길고 더 간절했다.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고된 훈련은 잘 견디는지, 상급자에게 미움을 받거나 매를 맞지는 않는지, 아픈 데 없이 몸은 성한지….  아들이 입대하기 전에는 잘 눈에 띄지도 않던 군인들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길에서 다른 군인들을 만나면 다 내 아들로 보이고, 그래서 다가가 등 두드려주고 뭐라도 사 먹이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 이별은 2년이 지나고 제대함으로 끝이 났다.

아들과의 세 번째 이별은 결혼하여 분가해 나가면서 벌어졌다. 결혼시켜 내 보내고 나서 숙제를 마친 학생처럼 홀가분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집안이 휑한 것 같았고, 허전하기도 했다. 새로운 걱정도 생겼다. 어떻게 밥벌이는 해서 가족을 건사하는지, 서로 다투며 삐걱거리지는 않는지, 늘 신경이 쓰여 기도하다 보면 아들네 가족 기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손자 손녀가 태어나면서부터는 그 녀석들이 그립고 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가끔 집으로 찾아와 주어 만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찾아가 볼 수가 있었으니 이 헤어짐은 그리 큰 아픔은 없었다.

그러나 온 가족이 먼 나라로 선교를 떠난 이번의 이별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이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아주 크고 특별한 이별이다. 보고 싶어도 그리 쉽게 가 볼 수도 없고 오고 싶어도 여간해서는 올 수도 없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야 만나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내 나이 이제 70대 중반인데, 내 생전에 선교 사명 다하고 돌아오게 될지 그것도 알 수가 없다. 여러 가지 걱정도 많고, 문득문득 그립고 보고싶고 애가 탄다. 날마다 무릎 꿇고 선교사 아들 가족을 위하여 기도하다가 문득 어떤 아버지 한 분이 생각났다.

우주의 먼 행성 낯선 지구별로 외아들을 보낸 아버지, 그 아버지는 멀고 먼 낯선 별에 아들을 보내놓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얼마나 걱정되고, 안쓰러웠을까? 안절부절 애태우며 기도하셨을까? 그 외아들이 십자가에 달려 피 흘리고 죽어갈 때, 하나님 그 아버지의 가슴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내 아들을 카자흐스탄에 선교사로 보내놓고서야, 이제사 겨우 이 땅에 아들을 선교사로 보내 순교케 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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