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성 결합은 사실혼 같은 것? …“법 초월한 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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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동성 결합은 사실혼 같은 것? …“법 초월한 월권”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03.0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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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동성 커플 피부양자 자격 인정’ 판결 논란 거세
“피부양자 거부는 차별” VS “신념 기반 자의적 입법행위”

2심 고등법원이 동성 커플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동성 배우자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동성 결합에 대해 사실혼 지위를 인정한 판결로 볼 수 있어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소모 씨는 지난 2019년 동성 남성과 결혼하고, 이듬해 상대방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처음엔 피부양자 자격이 인정된다고 안내했지만, 이후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보험료를 부과했다. 이에 반발한 소 씨는 2021년 2월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작년 1월 “민법과 판례, 일반적 인식에서 볼 때 혼인은 남녀 결합으로 사실혼은 남녀 결합을 근본으로 하기 때문에, 동성결합으로 확장 해석할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법 행정 제1-3부(부장 이승한 심준보 김종호)는 지난 21일 “동성 결합은 현행법령 해석상 사실혼 관계로 인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동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주어져야 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동성 결합은 상호 간 의사의 합치 및 사실혼과 동일한 정도로 밀접한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 관계를 전제로 한다”면서 “동성 결합에 대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대우”라고 판시했다.

판결 직후 소 씨 측은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최초 사례이다. 법체계에서 우리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고 자평하며 환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번 판결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대법원은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 남녀의 구별과 남녀 결합을 전제로 ‘양성’, ‘부부’, ‘남편과 아내’ 같은 성구별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민법도 이성간 혼인만을 허용하고 동성 간 혼인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법적 검토를 거쳐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고등법원이 동성 커플에 대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파장이 일고 있는 교계단체와 시민단체는 강한 비판 성명을 일제히 발표했다. 사진은 수기총 등 1,200개 시민단체가 2심 판결을 비판하는 기자회견 모습.

"법이 아닌 자기 신념으로 판결"
동성애와 동성혼을 반대해온 기독교계와 시민단체는 서울고법의 판결 직후 반발 성명을 일제히 발표하고 재판부를 성토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 가운데 예장 백석총회(총회장:장종현 목사)가 가장 먼저 입장을 표명하고 재판부 판결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백석총회는 “동성결혼 합법화 움직임에 편승한 포퓰리즘 판결”로 고법 판결을 규정하고, “재판부가 비법률적 용어까지 사용하며 편향적 판결을 내렸을 뿐 아니라 법률에 따라 국민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에 반하는 배임행위를 한 것”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와 진평연 그리고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등 1,200여 시민단체는 지난 24일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판결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단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재판부 판사들은 법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들의 신념으로 동성 커플에게 건보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결코 묵과할 수 없으며, 고법의 3인 부장판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수기총 사무총장 박종호 목사는 “동성 간 동거를 법적으로 승인하기 위한 제도 도입이 국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번 판결이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면서 “동성 간 결합을 제도화하고 혼인·가족제도를 파괴하는 법이 제정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만약 법이 제정된다면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법률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복음법률가회 역시 판성명에서 “명확한 법 조항이 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고 자의적으로 입법행위를 한 것과 다름없다. 허용된 법 해석 범위를 뛰어넘어 초법적으로 월권적 판단을 한 것으로 규탄받아 마땅하다”면서 “대법원은 법리적으로 타당하고 이치에 합당한 판단으로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 달다”고 당부했다. 

기독교 연합단체들도 한목소리로 서울고법 판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이영훈 목사)는 “건강보험공단의 피부양자 자격 부인은 자의적 재량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9조의 해석에서 직접 도출된 것으로 평등의 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비판했다.

한교총은 “동성 커플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할 것인가는 우리 사회가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할 것인가 근본적인 질문에 귀결된다. 한교총은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시고 가정을 통해 생육하고 번성할 것을 명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동성애를 반대한다. 이는 동성애자를 혐오하거나 차별하는 것과 구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송태섭 목사)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정서영 목사)도 “헌법과 민법을 무시한 자의적이고 편향적 판결이며, 재판부가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피부양자 자격은 이미 상실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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