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긍정적 이슈 부각되자 한국교회 신뢰도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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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긍정적 이슈 부각되자 한국교회 신뢰도도 달라졌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2.23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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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 (4) Rebranding을 위한 이슈 메이킹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바라보면 문득 스치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개신교의 이미지는 배타적인, 세속적인, 물질적인, 이기적인, 위선적인으로 요약된다. 불교의 포용, 상생’, 천주교의 도덕적인, 희생적인과는 달리 긍정적인 묘사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희망의 불씨를 발견할 수 있는 올해다. 지난 16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202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202031.8%, 202120.9%, 202218.1%로 하락 일변도를 걷던 한국교회 신뢰도가 202321.0%로 다시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2.9%p의 반등에 미소 짓는 것에 누군가는 코웃음을 칠지 모르나 경사로의 눈덩이처럼 곤두박질치던 그동안의 하락세를 생각하면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는 결과다.

다소 안쓰럽고 구차해보일지 몰라도 우리는 2.9%p의 반등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오차범위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는 하지만 거칠게 내리꽂던 하락 곡선에 브레이크를 걸고 그래프를 반전시켰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지난 2년과는 다른 어떤 특이점이 한국교회 신뢰도 하락세를 돌려세웠을까. 한국교회 리빌딩의 출발점을 거기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언론이 곧 여론?

언론은 여론 형성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한때는 언론의 보도가 마치 총알에 맞는 것 마냥 대중에게 강력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던 때가 있었다. 이름하야 총알 이론이다. 그 효과가 마치 주사기로 약제를 혈관에 주입하는 것처럼 즉각적인 효과를 준다고 해서 피하주사이론이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약 한 세기 전의 일이다. 당시엔 언론의 보도가 곧 사실 그 자체로 믿어졌고 언론의 판단이 대중들의 여론을 형성했다. 언론의 말 한마디에 권력자가 나락을 가기도 하고 길거리 소시민이 스타가 되기도 하던 때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들은 똑똑해졌다. 언론이 전달해주는 바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언론이 완전히 힘을 잃었다는 뜻인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언론은 여론을 형성하고 이슈가 무엇인지 제시할 힘을 쥐고 있다. 이른바 아젠다 세팅 이론에서 설명하는 언론의 기능이다.

이쯤에서 한국교회 리빌딩과 언론의 기능이 무슨 관련이 있기에 이리도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는지 의문을 품을 수 있겠다. 그 이유는 올해 발견된 2.9%p 반등의 요인에 있다. 한국교회를 둘러싼 아젠다 세팅과 언론의 기능이 대중들의 인식을 돌려놓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지도 몰라서다.

 

부정적 이슈와 함께한 하락세

차근히 한국교회를 맴돌던 이슈들을 짚어보자. 2020년엔 한국교회 주요 4대 이슈 중 단연 불쾌한 손님 코로나1순위로 꼽혔다. 코로나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바이러스의 이름에 지나지 않지만 코로나와 교회가 결합됐을 때 부정적 이미지를 심는 것이 뼈아픈 지점이었다. 당시 일부 교회를 통해 코로나가 확산되며 국민들은 교회를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꼽았다.

2순위는 신천지로 나타났다. 코로나 확산 초기 신천지가 집단 감염의 발원지가 되며 이목이 쏠렸다. 문제는 사정을 잘 모르는 대중들이 신천지와 건강한 한국교회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지 않았다는 점이다. 3순위인 전광훈역시 코로나 사태에도 광화문 집회를 강행하며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이슈다. 4순위인 목회자 강력범죄가 교회의 이미지를 깎아먹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2021년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교회 주요 4대 이슈 1순위로는 코로나 집단감염이 꼽혔다. 대중들이 교회를 코로나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3순위에 방역수칙 위반이 꼽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단골 이슈인 목회자 강력범죄2순위로 올라섰고 4순위는 정인이 사건의 여파로 입양아 학대가 꼽혔다.

한국교회 주요 이슈가 부정적 시선으로 도배될 때마다 그 영향은 한국교회 신뢰도 그래프에 그대로 반영됐다. 부정적 뉴스의 헤드라인 하나하나는 한국교회를 향한 신뢰도를 힘없이 주저앉혔다. 한국교회 역시 예상을 훨씬 벗어난 대중들의 부정적 시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긍정적 이슈가 반등 발판

하지만 2022년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1순위는 변함없이 목회자 강력범죄가 차지했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다른 순위에서 희망이 엿보였다. 교회를 바라보는 긍정적 이슈들이 차트 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2022년 한국교회 주요 4대 이슈 중 2순위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의 회복이 꼽혔다.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대면 예배의 재개와 그에 따른 교회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사람들의 시선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회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지에 쏠렸다.

4순위는 전쟁과 참사에 대응하는 교회가 차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적극적인 교회의 움직임과 이태원 참사에서 보여준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는 시선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교회를 둘러싼 이슈가 긍정적으로 바뀌자 즉각 교회를 향한 시선도 달라졌다. 그것이 바로 올해 받아든 한국교회 신뢰도 2.9%p 반등이라는 성적표다.

물론 주요 이슈의 변화가 한국교회 신뢰도 하락을 멈춘 가장 결정적 요인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복합적 요인이 있을 테지만 주요 이슈의 변화가 육안으로 관찰되는 차이점이자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가벼이 넘겨선 안 된다는 얘기다.

 

리브랜딩을 위한 이슈 메이킹

어쩌면 교회가 좋은 일을 많이 했으니 교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교회가 2022년에만 유독 좋은 일을 많이 한 것은 아니다. 교회의 신뢰도가 급격한 하락세를 기록할 때도 교회는 언제나 사회공헌과 봉사활동을 지속해왔다. 교회의 적극적 움직임이 여론 변화를 가져온 것은 당연하겠지만 단순히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것이 기사 서두에 언론의 기능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다. 한국교회를 둘러싼 이슈의 긍정적 전환은 곧 한국교회의 신뢰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교회의 부정적 이미지 탈출, 즉 리브랜딩(Rebranding)을 위해선 적극적인 언론활동을 통한 아젠다 세팅과 이슈 메이킹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기윤실 조사 발표에서 지앤컴리서치 김진양 부대표는 이번 결과가 주는 시사점이 있다. 교회에 더 이상 새로운 부정적 이슈가 대두되지 않아야 하고 교회가 사회와 소통하며 약자들을 회복시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또 불법적 행태를 보이는 이단과 정통교회를 구분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슈 메이킹과 언론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본지 이현주 기자도 일간신문 종교보도 현황과 수용자 인식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교회를 향한 언론의 부정적 보도가 부정적 여론 형성에 기여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기독교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는 부정적 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긍정적 보도를 새롭게 생산하는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 긍정적 보도와 긍정적 이슈 메이킹을 위해선 응당 교회의 선한 행보가 선행돼야만 한다. 다만 사회공헌과 봉사활동이 지금껏 교회가 잘해왔던 분야라면 언론 홍보와 이슈 메이킹에선 약점을 드러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교회가 이미지를 쇄신하고 성공적인 리브랜딩을 이뤄내기 위해선 이를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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