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기회가 오기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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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기회가 오기만 하면…
  • 김기창 장로
  • 승인 2023.02.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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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장로
김기창 장로

흰 눈이 하염없이 펄펄 내린다. 아내가 갖다 주는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부인을 하늘나라에 보내고 큰 슬픔에 잠겨 있을 외우(畏友) L 형에게 위로의 글을 띄운다.

“L 형! 저 고요한 하늘나라에서 안식하고 계실 형수님의 모습이 환하게 그려집니다. … L 형! 힘 내십시오.”

지난 섣달 그믐날, L 형의 부인이 향년 72세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담낭암을 늦게 발견하여 그 여파로 뇌경색이 생겼고, 입원 치료 중 급성폐렴으로 결국 하늘나라에 가게 된 것이다.

문상을 가면서 영정 앞 위패에 뭐라고 씌어 있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L 형이 아직 신앙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빈소에 도착해 보니 ‘聖徒 ◯◯◯’이라고 씌어 있었다. 참 반가웠다. 후에 사연을 들으니 망인은 딸의 간곡한 권유로 임종 몇 시간 전에 주님을 구세주로 믿고, 영접하며 그동안 신앙생활을 하지 못한 것을 뉘우치기도 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그를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신 것이다.

이 집안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기도회에 가셔서 눈물로 기도하신 망인의 시모 Y 권사님이 계셨다. 그분이 심어놓으신 깊고 튼실한 신앙의 뿌리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 신앙을 이어받은 자녀는 없다. 대를 건너서 망인의 딸과 사위만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다. 사랑하는 딸이 기독교식으로 치르자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도 그게 좋겠다고 했더니 평소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친구인지라 그렇게 하자고 했다. 나는 이번이 이 집안을 전도하는 데, 신앙을 소개하는 데 좋은 기회라 여기고, 집례하시는 목사님께도 그 말씀을 드렸다.

L 형은 신앙생활을 하지 않지만 딸이 다니는 시골 교회를 가끔 찾아가 물심양면으로 돕고 딸네 가족의 신앙생활을 격려해 주기도 한다. 해마다 농사지은 수확물을 잘 포장하여 시내 장애가정에 보내는 등 선행도 많이 한다. 성경 지식도 대단하다. 동창회에서 나에게 예고도 없이 동창들을 위한 대표기도를 부탁한 적도 있다. 나는 이 친구를 전도 대상으로 삼고 나름대로 장기전 작전을 짜고 그대로 서서히 실행하며 꾸준히 기도를 해 왔다.

친한 친구를 전도하기가 참 쉽지 않다. L 목사님 글이 생각난다. 그리스도인이 믿지 않는 자에게 성경을 주어도 그들은 쉽사리 읽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다른 성경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리스도인들의 삶이다. 그들은 언제나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그들과 무엇이 다른지를 살핀다. 다른 점이 확인될 때 그들은 성경 속에 있는 말씀을 믿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나는 자신이 없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의 구별된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자진하여 발인 예배 때 기도를 했다. 믿지 않는 분들이 많이 참석할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기도문에 우리 기독교의 죽음관을 넣어 강조했다. 믿는 자의 죽음은 공포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이 세상 저 너머에 있는 하늘 본향으로 가는 입구라는 사실. 곧, 이 땅에서의 삶의 끝은 천국에서의 새로운 삶의 시작이고, ‘죽음’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는 그곳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 사람들의 임종과는 달리 소망을 갖는다는 진리를 확신시키고 싶었다. 또, 나그네 같은 이 땅에서의 삶은 고통과 질병과 환란의 연속이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안식의 세계는 근심, 걱정 없는 복된 나라라는 것도 강조했다.

장례의식을 집례하신 목사님은 은연 중 기독교의 생사관을 강조하시면서 몸이 아프면 세상 일로 아무리 바빠도 병원을 찾듯이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한 영혼을 위해서는 누구나 꼭 교회에 나가 예수 믿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기독교식으로 5일장을 치렀으니 그 긴 시간 동안 빈소에서의 전도 영향력이 얼마나 있었을까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이 역사하시면 얼마 후에 그 친구가 “어이 친구! 오늘 같이 교회 갈까?”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기대하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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