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입(口)은 닫고, 삶으로 소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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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입(口)은 닫고, 삶으로 소통하자!”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3.02.22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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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32)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직장생활을 할 때 팀원들로부터 ‘연판장’ 비슷한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팀장의 불통(不通) 리더십을 지적하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그 충격으로 나는 내 리더십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됐고, 그걸 기초로 <좋은 리더가 되는 212가지 노하우>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02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종교를 갖지 않은 이들 중 ‘한국교회가 세상과 소통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응답이 87%나 된다. 기독교인에 대해 믿음이 간다는 응답은 고작 9%. 한국교회가 비신자들로부터, 비종교인들로부터, 심지어 신자들로부터 “당신들은 말이 안 통한다!”, “우리는 당신들을 믿을 수 없다!”는 소리를 들어온 지는 이미 오래됐다. 

앞으로 회복해야 할 과제도 물었는데 1위는 이기주의(34.2%)였다. 그리고 교회 지도자들의 삶(19.6%), 불투명한 재정 사용(17.9%), 타 종교에 대한 태도(17.3%), 교인들의 삶(7.6%)이 뒤를 이었다. 

사실 이런 조사를 한 번 하려면 수 천 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런 조사는 앞으로 그만했으면 좋겠다. 한국교회가 병이 든 건 다 아는 사실이고 병 이름도, 원인도, 대안도 잘 알면서 치료는 하지 않고, 진단만 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건 소통력의 강화다. 소통 역량이란 말하고, 듣고, 답하는 역량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는 불통의 문화다. 그로 인한 폐해나 후유증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바이다. 불통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소통은 회복의 열쇠가 된다. 목사, 장로부터 탁월한 소통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못한 이들이 교회 공동체의 혈액 순환(의사소통)을 막는다. 내부 소통만 잘 됐더라면 오늘 우리가 이렇게 심각한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다 알면서 외면하고 침묵해온 게 문제였다. ‘한국교회의 문제’를 ‘우리교회의 문제’로, 나아가 ‘나의 문제’로 축소해서 생각하지 못했다.

 

‘불통과 불신 ‘우리교회’, ‘나의 문제“

‘우리교회’를 ‘동네교회’로 바꿔야 한다. 더 이상 우리끼리 주일에만 모여 활동하는 ‘방주형 교회’가 아니라 지역사회로, 일상으로 ‘흩어진 교회’가 돼야 한다. 제직회와 당회에서는, 우리 동네를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목사 장로들도 동네의 통장, 반장, 동대표 등을 맡아 봉사하며 주민들과 소통하며 그들로부터 호감과 신뢰를 얻어야 한다. 교인들도 세상으로 흩어져 존경받는 부모, 자녀, 배우자, 직장인, 시민이 돼야 한다. 

오늘 우리 교회와 교인들은 “무엇은 무엇이다”라는 교리나 성경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듣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나는 그 지식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도 가르치지도 토론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타개의 한 방법으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10여 년 전부터 ‘자발적 불편 운동’이란 걸 펴오고 있다. 내가 불편을 감수하면 누군가 그만큼 편해진다. 그러니 일상에서 자발적으로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자는 취지다. 그래서 대중교통 이용하기, 이웃에게 폐 끼치지 않기, 분리 배출 잘하기, 먼 곳에 주차하기, 공중질서 지키기 등을 벌이고 있다.  

교회마다 교회 어려운 이웃을 위해 특별 헌금을 하곤 한다. 그때마다 교인들이 기대 이상으로 많은 헌금을 한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일 때 특히 그렇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받는 삶’에서 ‘주는 삶’으로 성숙해야 한다. 즉 ‘테이커(Taker)’에서 ‘기버(Giver)’로 성숙해야 한다. 받는 기쁨만 누리지 말고, 주는 기쁨도 누리며 살아야 한다. ‘감사행전’은 감사를 삶으로 전하자는 신앙실천운동이다. 구체적으로는 하루에 열 번 하나님과 다른 이웃들에게 감사를 표하자, 하루에 열 번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풀자는 운동이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소원은 ‘하나님 나라’에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불통 교회(교인)’, ‘불신 교회(교인)’라는 오명을 씻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하나님의 나라로 이뤄나갈 수 있을까? ‘이웃 사랑’이라는 큰 계명이 가장 큰 열쇠다. 우리의 신앙 무대를 교회 안에서 교회 바깥으로 확장시켜보자. ‘자발적 불편운동’이든, ‘감사행전’이든 우리의 삶을 ‘주는 삶’으로 바꿔보자! 입(口)은 이제 그만 좀 닫고, 삶으로 소통하자!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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