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나눌 때, 하나님께서 갚아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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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나눌 때, 하나님께서 갚아주십니다”
  • 곽인섭 목사(서울백석대학교회담임, 백석대학교대학원 교목실장)
  • 승인 2023.02.08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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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섭 목사의 ‘쉽게 풀어쓴 개혁주의생명신학’ // 9. 나눔운동③ - 나눔의 자세

오늘은 나눔의 자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은밀하게’입니다. “그러므로 구제할 때에 외식하는 자가 사람에게서 영광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는 것 같이 너희 앞에 나팔을 불지 말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들은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 6:2~4)

먼저, 나팔을 불지 말라고 하십니다. 내가 구제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에게서 영광을 받으려고 구제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구제의 출발점, 구제를 하려고 하는 본심을 살펴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나누라고 하십니다. 나팔을 부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향한 것입니다. “내가 좋은 일 하는 것을 보시오.” 그런데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한다는 말씀은 ‘나 자신’을 향한 것입니다. 나의 오른손이고, 나의 왼손입니다.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구제하라는 말씀은 내가 한 구제를 잊어버리라는 의미입니다.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양과 염소의 비유가 좋은 예입니다. 예수님께서 양으로 비유되는 사람들에게 “너희가 나를 먹여주고, 입혀 주고, 돌봐주었다”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에 의인들이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음식을 대접하였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시게 하였나이까 어느 때에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영접하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옷 입혔나이까…(마 25:37~38)” 자기가 한 좋은 일을, 잊어버렸습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한 나눔을 잊어버려야 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잊어버리려고 하면 더 생각이 납니다. 특히 내가 베풀어 준 것은 안 잊혀집니다. 빌려 온 돈은 잊어버려도, 꾸어준 돈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신세를 진 사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대개 잊어버립니다. 그러나 도와준 사람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도 이런 일이 간혹 생깁니다. 예전에 어떤 목사님께서 교회 건축할 때 거액을 헌금한 사람은 그 교회를 떠나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떠나라는 게 아니고,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지요? 자꾸 생각이 난다는 것입니다. “내가 얼마나 헌신했는데, 내가 얼마나 헌금을 많이 했는데, 나한테 이렇게 섭섭하게 해?” 이 마음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청년 시절을 보냈던 교회에는 믿음의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참 좋은 구제의 방법이 있었습니다. ‘지정헌금’ 제도입니다. 내가 도와줄 형제, 자매를 지정해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헌금봉투에는 받는 사람의 이름만 써야 합니다. 돕는 사람의 이름을 쓰면 안 되요. 그래서 지정헌금을 하면, 교역자가 전달을 해 줍니다. 받는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미안해하고, 고마워하지요.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나눔을 베푼 사람은 누구를 도와줬는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그런데 참 기쁩니다. 주님과 나 사이에 비밀이 생긴 것입니다. 이 기쁨은 사람들이 칭찬해 주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나누어준 것을 잊어버리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 있습니다. ‘주님의 것’임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께서 갚아주실 것이라고 하십니다. ‘너의 하나님’이라고 하지 않고, 하나님을 ‘아버지’로 소개하십니다. 아버지는 자녀들을 키웁니다. 먹을 것 주고, 공부시켜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용돈 주는 사람, 아버지입니다. 이 아버지께서 자녀들을 가만히 보시는 것입니다. 키워주고, 먹여주고, 가르쳐 주고…다 해 주고 나서, 보시는 겁니다. 내가 준 것을 가지고 어떻게 하는가 보자, 내가 준 돈, 내가 준 명예, 내가 준 지식, 어떻게 하는가 보자…우리가 누군가에게 나누어줄 때 이용한 물질, 명예 …내 것이 아니고, 원래부터 주님의 것입니다. 이 사실을 잊지 않을 때, 나의 구제, 나의 선한 행위를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 6:4)” 하나님께서 갚아주십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나눔에 대한 부담감과 유혹을 이길 수 있습니다. 나눔을 희생과 헌신의 차원에서 보지 말고, 하나님께 꾸어 드리는 것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어 드리는 것이니 그의 선행을 그에게 갚아 주시리라(잠 19:17)” 나누는 것은 하나님께 꾸어 드리는 것입니다. 천국 투자입니다. 수익도 확실합니다. 최고의 부자이신 분이 반드시 갚아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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