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에 은혜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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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에 은혜 받으세요!”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3.02.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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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30)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썰렁한 개그 한 편! 어느 노인이 전철 안에서 청년에게 물었다. “이 차, ‘길음’으로 가요?” 그러자 청년이 노인을 한참 쳐다보더니 “아뇨? ‘전기’로 가요!“ ‘길음’을 ‘기름’으로 잘못 알아들은 모양이다. 자동차는 기름(연료)으로 달린다. 요즘엔 전기차도 많아졌지만. 

평생 교회에서 지휘를 해오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참석 인원이다. 규모가 큰 교회에서는 대원 관리를 매우 철저하게 한다. 새로 들어올 때 오디션도 하고, 몇 번 빠지면 제적도 하고... 그러나 중소교회에서는 매주 한 ‘입’이 아쉽다. 연습한 이는 그 다음 주에 안 나오고, 잘 하는 이는 결정적인 순간에 빠지고... 그래서 가끔 연습 중에 언짢은 소리도 해보지만, 나온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노래의 주제가 ‘기쁨’인데 목소리나 표정에서 그런 감정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때도 많다. 

예배 중 특송을 하는 이들이 우르르 나와 준비도 안 된 노래를 간주까지 포함하여 4절까지 부르곤 한다. 그들이 찬양을 시작하기 전에 꼭 하는 말이 있다. “가사에 은혜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때마다 “아니, 노래를 할 거면 정성을 다해서 미리 연습을 해와야지 연습도 안해오고는 웬 가사?”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 가사에 먼저 은혜를 받아야 한다. 

예배 전 1시간의 찬양대 연습은 대개 이런 순서로 진행된다. 기도-파트연습-합창-기도. 그렇지만 가장 중시하는 건 음악 연습이다. 정작 가사에 은혜 받는 시간이 부족하다. 찬양은 그냥 합창이 아니다. 찬양대는 합창단과는 다르다. 찬양이 음악으로 전락하면 예배 중 찬양은 콘서트가 되고, 예배자는 관객이 된다. 찬양 후 예배자는 “은혜로웠다”라고 하지만, 관객은 “잘 했다, 못했다”로 평가한다. 캐나다 교회에서 목회도 하시고 은퇴 후에도 지휘를 하셨던 박재훈 목사님은 연습을 서너 시간씩이나 하셨다고 한다. 실제 합창 연습은 1시간 남짓. 연습에 들어가기 전 두 시간 동안은 ‘부흥회’였다고... 매주 찬양대가 먼저 은혜로 불덩어리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요즘 찬양대를 찬양단으로 대체하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많은 인원, 오르간과 피아노로 구성된 찬양대 대신, 소수의 찬양 전문가, 신디사이저, 드럼 등으로 구성된 찬양단으로 바꿔가고 있다. 교회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면도 있겠지만, 기존의 찬양대가 찬양단에 비해 ‘영적 에너지’가 부족해서는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권투경기에 ‘의무 방어전’이라는 게 있다. 챔피언이 되면 특정 선수와 정해진 기간 안에 반드시 경기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마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할 수 없이” 이렇게 억지로 하는 것처럼 추한 모습도 없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삶이 의무방어전이 된다. 복음성가 중에 “노래할 이유 있네(I’ve got a reason to sing)”라는 노래가 있다. 찬양하는 이들은 먼저 ‘그 이유’를 찾은 후 노래를 해야 한다. 지휘자들도 오디션에서 음악 실력만 보지 말고, ‘그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 지휘자 자신부터 가사에 은혜를 받아야 한다.

우리가 예배하고, 찬양하고, 봉사하고, 봉헌하고, 전도하는 데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하나님의 은혜에 고마워하는 마음이다. 가스, 기름, 전기보다 중요한 건 은혜에 대한 감사다. 감사는 우리 인생에 배터리요, 연료다. 우리의 삶에서 감사거리를 찾아보자(索), 그걸 기록하고 기억하자(記).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表), 갚자(報). ‘索-記-表-報’ 이것이 감사생활의 사이클(회로)이다.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내가 여호와께 무엇으로 보답할꼬”(시 116:12)


찬양을 위한 기도

창조주 하나님이시여! 피조물인 저희가 창조주를 찬양합니다. 아버지 하나님이시여! 하나님의 자녀 된 저희가 아버지를 찬양합니다. 왕이신 하나님이시여! 천국의 백성 된 저희가 만왕의 왕을 찬양합니다.

저희를 찬양대원으로 세워주신 하나님이시여! 이 귀한 직분을 주셨으니 이제 저희가 노래로 하나님께 감사와 간구와 찬양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희가 이 찬미의 제사를 드리기 전에, 하나님을 먼저 만나게 하시고 찬양할 이유를 깨닫게 하옵소서. 또 성령께서 저희 가운데 임하셔서, 구원받은 것을 다시 한번 확신하며 그 은총에 감사하게 하옵소서.

저희가 드리는 이 찬양의 노래가 겸손의 가락이 되게 하시고, 기쁨의 리듬이 되게 하시며, 감격의 화음이 되게 하옵소서. 저희 영혼이 무릎을 끓고 하나님을 경배하며 찬양하오니 크고 높으시고 전능하신 사랑의 하나님이시여! 이 찬양을 받아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감사하며 간구하며 찬양드리옵나이다. 아멘

- 이의용, <찬양의 ABC>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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