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우면 고맙다고 큰 소리로 말합시다!
상태바
고마우면 고맙다고 큰 소리로 말합시다!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3.01.19 1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의용의 감사행전 -28

‘감사’는 한자어로는‘感謝’로, 영어로는 ‘thank’로 쓴다. 둘 다 ‘표현’을 뜻한다. 특히 한자어 ‘感謝’는 ‘느낄 感’, ‘사례할 謝’로 되어 있다. 고마운 마음(感)을 말(言)로 쏜다(射)고 풀어볼 수 있다. 감사는 고마운 마음을 말로(활로 화살을 쏘듯) 표적(상대방)을 향해 힘껏 표현하는 것이다. 감사는 이처럼 굉장히 강한 표현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고마운 마음을 제대로 발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고맥락 문화 때문이다. 고맥락(High context) 문화란, 언어(Text)보다 상황이나 맥락(Context)으로 소통하는 걸 말한다. “그걸 일일이 말로 해야 알아듣나?”라는 말에 그게 담겨 있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도 쉽게 ‘생략’한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더욱 그렇다.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以心傳心) 마음으로 서로 통하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구 사람들은 저맥락(Low context) 문화에 익숙하다. 저맥락 문화권에서는 언어 의존도가 높다. 언어로 표현하지 않는 것은 표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맥락 문화권 사람과 저맥락 문화권 사람 사이에는 오해가 자주 생긴다. 

한번은 대학에서 외국인 교수와 오랜만에 만났기에, “언제 식사를 한번 하자”며 인사를 나눴다. 우리끼리는 자주 하는 말 아닌가.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인사말… 

그런데 그 교수,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첩을 꺼내 펴고는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정하자고 나서는 게 아닌가. 그래서 할 수 없이 구체적인 약속을 했다. 그리고 둘이 식사를 하며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웃은 적이 있다.  

요즘엔 이런 작은 에피소드가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우리 문화가 서구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이런 ‘말도 안 되는’ 고맥락 소통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눈치가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교사나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알아서’ 하도록 맡기질 못한다. 무엇이든 ‘일일이’ 설명을 해줘야 알아듣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못 들은 걸로 여긴다. 우리의 전통적인 고맥락 문화는 이렇게 저맥락 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다. 
‘갑돌이와 갑순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마음에만 담아두고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비극을 낳을 수 있다. 
고맥락 문화가 저맥락 문화로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다. 세상이 점점 복잡해져가고 있는 만큼 저맥락 문화는 좀 더 명확한 소통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사의 활시위를 힘껏 당기자!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고마우면 고맙다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큰 소리로 말하라!” 고마운 마음은 혼자 마음 속에 담아 보관해두는 것이 아니라, 활을 쏘듯 상대방을 향해 힘껏 전해야 하는 것이다. 고마워하는 마음을 혼자 마음 속에 저장해두면 상대방이 알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는 나홀로 묵상이나 명상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을 향한 감사는 절대 생략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왜 혼자 명상하며 감사일기장에 적고 끝내는가 말이다. 가슴에 품고 있는 고마운 마음은 말로든, 행동으로든 표현해야 상대방이 알 수 있다. 고마운 사람을 향해 감사의 활시위를 힘껏 당겨야 한다. 

오늘 당장, 아내에게 고맙다고 큰 소리로 말해보자! 남편에게 고맙다고 큰 소리로 말해보자! 부모님께 고맙다고 큰 소리로 말해보자! 내게 배려를 해주는 이웃들에게 고맙다고 큰 소리로 말해보자! 내 마음이 평안해지고 기쁨이 생긴다. 그럴 때 평안과 기쁨이 상대방의 마음으로도 전염된다. “감사가 감사를 부른다”는 말처럼, 고마움을 표현해야 내가 고마워하는 걸 상대방이 알게 된다. 그러니 고마운 일은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고마움의 표현이 생략되는 순간,  나를 향한 상대방의 배려도 생략될 수밖에 없다. 

표현을 생략하면 ‘침묵’이 된다. 고맥락 문화권에서 ‘침묵’은 ‘긍정’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저맥락 문화권에서 ‘침묵’은 ‘부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고마울 때에는 침묵하지 말고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 라고 외쳐야 상대방도 그 마음을 알게 된다. 하나님께, 이웃들에게 적어도 하루에 열 번(10)은 감사의 화살을 쏘자!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