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엔데믹 리스크 Endemic Ri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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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 엔데믹 리스크 Endemic Risk
  • 조성돈 교수
  • 승인 2023.01.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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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
조성돈 교수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이제 마스크를 벗을 때가 됐다. 그 동안 미루어 두었던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사람들도 이제는 코로나로 인해 마주했던 뉴노말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코로나 상황이 마무리되면서 3년간 우리 몸에 익었던 방식을 버려야 하는지, 또는 연결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다. 교회 역시 비슷한 고민들이 많다. 

요즘 목사들이 만나면 가장 큰 화제가 주일에 하는 식사 문제이다. 전에는 당연히 주일이면 교회에서 식사를 제공했다. 소위 이야기하는 ‘교밥’은 교회의 전통이었다. 오후예배에 참석하는 자들이나 교회에 봉사하는 자들을 위한 식사이기도 하지만, 교밥은 교제의 중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부분이 코로나로 인해서 중단됐다. 그리고 이제 3년 만에 식당을 여는 것에 대한 논쟁이 교회마다 있다. 대개 목회자들이나 장로들과 같은 남성 리더십들은 교회식당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성리더십이 거부한다. 전에는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어느 교회에서는 담임목사가 장로들과 식사준비하고 설거지 하겠다고 나섰다가, 여성들이 끝내 주방으로 돌아오지 않아서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고 들었다. 어느 교회는 외주를 주기도 하고, 식당과 할인을 조건으로 계약을 맺기도 하고, 어느 교회는 아예 식당을 포기하는 것도 보았다. 이와같이 아주 익숙한 교회생활은 이제 우리에게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한다. 바로 이러한 것이 ‘리스크’다.

단순한 예를 들었지만, 정작 문제는 변화된 성도들의 신앙태도이다. 목회가 이전과 같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안 한다. 하지만 무엇이 변했는지 알 수가 없다. 섣불리 나서자니 불안하고,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릴 수도 없다. 코로나 기간에 구축한 온라인 기반은 유지를 해야 하는지, 현장으로 오도록 해야 하는지, 아니 더 불안한 것은 괜히 현장 복귀를 종용하다가 다 떨어져 나갈까봐 그게 더 걱정이다.

이제는 모든 것이 불안하다. 변화에 친숙한 태도가 아주 당연하다. 그리고 이제는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 무섭다. 가속도가 붙어서 좇아갈 수도 없는 수준이다. 그러니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가 없다. 엔데믹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다. 리스크는 분명 위기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도 한다. 한국교회도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위기 가운데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 실제로 얼마 전 실시된 학원복음화협의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5년 전 조사와 비교해 볼 때 기독교인의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2017년도의 조사에서는 기독교인이 15.0%였는데, 2022년 11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4.5%였다. 그런데 전체 비종교인구는 이 기간 67.7%에서 73.7%로 현저하게 늘어났다.

이 조사 전까지 대학생에 대한 불안은 상당히 컸다. 대학생 기간이 4년인데 지난 3년 동안 캠퍼스 사역은 거의 셧다운 되어 있었다. 또한 젊은 층에서 코로나 기간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자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기독학생들이 기독교인임을 부끄러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자신들이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며 자리를 굳건히 지킨 자들이 있었다. 이를 보면 확실히 위기가 기회라고 말하기 어려워도, 적어도 관리가 되었다고는 할 수 있다.

앞으로 목회의 모든 부분이 이렇게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모든 부분이 위기일지 모르지만, 또 그 가운데 기회도 있으리라 믿는다. 이제 한국교회가 ‘엔데믹 리스크’에서 관리를 잘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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