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의 입장 반영이 최고의 섬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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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의 입장 반영이 최고의 섬김입니다
  • 김종생 목사
  • 승인 2023.01.0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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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생 목사 / 소금의집 상임이사

지난해 코로나로 힘든 시기도 잘 견디어 왔고, 울진과 삼척 산불의 <사랑의 집짓기>와 우크라이나 긴급구호도 한국교회는 관심을 두고 발 빠르게 대처하였다.

지난해 10월 29일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의 큰 아픔인데 이에 대해서도 한국교회는 다양한 단체와 기관들이 관심을 보이며 함께해 가고 있다. 상처 입은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좋은 전통이다.

그러나 여기서 같이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 선교행태가 국내든 해외든 일방적인 면이 적지 않았다. 당사자의 처지와 입장 등이 고려되지 않은 채 선교의 주체(?)가 된 교회나 단체에 의해 공격적으로 수행돼 왔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쟁적인 선교행태가 봉사의 현장에서도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코로나로 어려운 교회들의 형편이 어떠한지, 무엇이 그들의 진정한 고충인지, 그리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계속 물어야 한다. 울진의 산불피해 현장의 교회들과 피해 주민들의 피해 현황 조사와 피해 주민들의 거주공간에 대한 세세한 욕구들을 파악하는데 시간을 배려하지 못했다. 당사자들이 원하는 가옥의 구조와 실내 인테리어 나아가 그 안에 담을 비품들, 그리고 피해 주민들이 입주할 시기 등을 반영하는데 다소의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중간에서 이 일을 같이한 울진 기독교연합회 관계자들의 입장과 그분들의 고민을 반영하는데 게을렀다.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10.29 참사에 대해서도 우리 교계는 많은 관심을 두고 위로 예배와 기도회 등을 개최했다. 위로의 성격으로 진행하는 예배와 행사 가운데 정작 당사자인 유가족들의 입장을 반영하는데 부족하였다. 누구를 위한 위로이며 무엇을 애도함인지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가 수행하는 봉사의 내용과 방식이 적절한지를 성찰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교회는 교회의 입장이 있고 교회적 정서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일방적인 선교의 사례처럼 우리 봉사가 동정을 기초로 한 제공자 중심과 방식에 있어 일방적인 듯하다.

필자가 보기에는 당사자에 대한 고려 문제로 보인다. 우리 교회가 섬기려는 대상과 서비스 내용 그리고 전달 방법과 시기를 제공자 중심으로 하고 있기에 감동이 줄어든다. 당사자 없는 복지, 즉 시혜적인 동정을 베풀고 있다는 점이다. 준비과정도 그렇지만 행사 후 평가과정에서도 당사자는 누락 되고, 제공자 중심의 자축 파티로 마무리되다 보니 당사자의 만족도는 대부분 고려항목에서 제외되어 있다.

조건 없는 섬김의 사랑보다는 제공자인 교회의 홍보와 전도에 비중을 두기 때문에 봉사의 의도를 의심받게 된다. 전달식과 같은 예배와 순서 어디에도 당사자에 대한 배려는 고려되지 않는다. 더욱이나 그 대상이 비기독교인일 때 교회라는 장소가 가져다주는 거부감과 예배라는 순서가 주는 부담감, 나아가 많은 교인 앞에 드러나는 낙인감 그리고 주어지는 선물의 적절성에 대한 검토는 별로 하지 않는다. 많은 섬김을 수행하고도 국민에게 외면받는 것은 당사자를 수혜자로 치부해 일방적으로 수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새해에 한국교회가 주목해야 할 이들은 우리 사회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분들이다. 우리가 섬길 때 그들이 선호하는 방식을 고려해 맞춤식 봉사로 감동이 배가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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