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분랑이 행복의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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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분랑이 행복의 분량
  • 김기창 장로
  • 승인 2023.01.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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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장로/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김기창 장로
김기창 장로

지난 해 12월 21일 저녁에 우리 교회에서 K 집사가 인도하는 성탄 전야제 찬양 콘서트가 있었다. 그분은 B대학교 실용음학과 교수이며 찬양사역자이기도 하다. 같은 음악을 전공한 부인과 딸(고2)이 함께 출연하여 한 시간 정도 진행하였다. ‘특별한 딸을 통해 배워가는 사랑과 감사’가 주제였다.

그 예쁜 딸이 일찍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 그 순간 하늘이 꺼질 것 같은 두려움과 절망 속에 있다가 그가 점차 성장하면서 오히려 사사건건 매순간 엄마를 깨닫게 하는 선생님, 삶의 사인(sign)과 이정표 역할로 삶의 차원을 바꾸어 주었기에 참으로 감사하다고 엄마는 간증했다. 부모를 양육시키는 하나님의 마음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아버지인 K 집사는 그 딸 덕분에 우리에게 주시는 고통, 슬픔, 눈물도 다 의미가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사람을 보는 시선에 여유가 생기고, 이해심이 깊어져 훌륭한 교수가 되었다며 딸의 존재가 고맙다고 했다.

이들의 간증, 모든 게 ‘원망’이 아닌 ‘감사’라니 이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얼마나 신실한 신앙을 지녀야 ‘감사’로 여길 수 있을까.

간증 후 부부가 불러준 <은혜>는 가사도 은혜로운데다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어 눈물이 메마른 나도 눈시울을 적시게 되었다.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모든 것이 은혜 은혜 은혜
한없는 은혜
내 삶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던 것을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

영국의 한 성직자는 말했다. 가장 위대한 성도는 가장 많이 기도하거나 가장 많이 금식하는 사람도 아니요, 바로 늘 하나님께 감사하고 언제나 하나님을 찬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감사하는 영혼은 접하는 모든 것을 복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참 맞는 말이다.

나는 날마다 잠자리에 들면서 하나님께 그날 있었던 감사의 내용을 낱낱이 아뢴다. 사소한 일들이 귀한 감사의 조건들임을 잘 안다. 음식을 잘 먹을 수 있음이, 잘 배설할 수 있음이, 잘 볼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걸어 다닐 수 있고, 잠을 잘 수 있음이 모두 감사의 조건들인 것이다. 이른바 일반은총에 대한 감사만 드려도 시간이 꽤 걸린다.

시인 노천명은 <감사>라는 시에서 ‘저 푸른 하늘과 태양을 볼 수 있고, 대기를 마시며 자유롭게 산보할 수 있는 한, 충분히 행복하고 이것만으로 신에게 감사할 수 있다’고 노래했다. 이런 크나큰, 근원적인, 고마운 조건에 우리는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따지고 보면 그 이상의 것은 모두 ‘욕심’이 아닌가도 싶다.

마치 광야를 지나갈 때 조그마한 어려움에도 하나님과 지도자 모세를 향하여 원망과 불평을 쏟아냈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우리들도 조금만 내 마음대로, 계획대로, 생각대로 어떤 일이 안 되면 원망과 불평을 쏟아내며 살아가고 있다.

성경은 우리에게 감사하라고 수없이 말씀한다. ‘범사에 감사하라’고 한다. 특별한 상황과 조건에 의해서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상황과 조건에서 감사하는 것을 말한다. 감사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건이 충족되어야 가능하다면 감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가끔은 ‘감사의 안경’을 써 보자. 

프리드릭 레만 목사는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말로 다 형용 못하네. …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없는 하나님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라고 노래했다. 세상의 행복은 통장 잔고에 비례하는지 몰라도 우리는 감사의 분량이 행복의 분량이라고 믿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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