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이 그리운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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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이 그리운 청년들
  •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 승인 2022.12.22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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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을 대변하는 단어로 개인주의를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네 실제로 그러합니다. 확실히 요즘 청년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하고 집단에 소속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지요. 그런데 이러한 청년들의 모습은 그들이 선택했다기보다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가장 끈끈한 유대를 경험해야 될 학교 친구들과는 경쟁관계로 묶여있고 이들을 받아 주는 사회는 대부분이 개인을 집단의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전 근대적인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청년들이 공동체적 연대의식을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거기에 각종 미디어의 발달과 개개인에게 보급된 스마트 기기들, 그리고 임금에 비해 여전히 비싼 집값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는 현실들은 이들의 고립의 더욱 더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청년들의 고립을 알 수 있는 지표들을 보겠습니다. 2019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34세 미만 가구 중에 1인 가구의 비율은 54.9% 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지표는 청년을 세대주로 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세대주 독립을 하지 않은 채 자취하고 있는 가구는 포함되지 않은 숫자입니다. 그것을 감안 한다면 청년들의 대부분은 ‘1인 가구’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지표 하나를 더 보겠습니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발표한 30대 남성 미혼율 입니다. 자 우리 한 번 그 결과를 예상해 볼까요? 1990년에는 같은 조사에서 그 값이 10%였다고 합니다. 반대로 말해 30대 남성의 90%가 결혼을 한 것이죠. 그렇다면 2020년의 값은 얼마였을까요? 바로 51%입니다. 30대 남성 중에 절반이 넘는 숫자가 현재 미혼이라는 것입니다. 청년세대의 고립을 더욱 더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혼자 설 수 있는 세대도 혼자 서고 싶은 세대도 아닌 혼자 서야만 하는 세대가 요즘의 청년세대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언뜻 개인주의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마음 속에 누구보다 따뜻함에 목말라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어린 시절 가정의 따뜻함을 선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뭘까요? 저는 ‘저녁 밥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 순간 그때 나누는 것은 음식뿐만 아니라 정과 유대일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점을 공략해서 청년 사역에 열매를 거두는 교회들이 있습니다. 누구나 올 수 있는 저녁 밥상을 교회에서 마련한 것이지요. 처음엔 그 참여율이 높지 않았지만 외로움과 빈곤 속에 놓여 있던 1인 가구 청년들이 찾아와 교회공동체와 함께 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같이 음식을 나누고 근황을 묻고 축하하고 위로하는 과정 속에서 청년들은 마음 깊이 뿌리 내리고 있던 고독함을 뽑아낼 수 있었던 거죠.

또 이런 사역이 장년들에게 주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빈 둥지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실버세대가 과거 자식들에게 밥을 차려주듯 청년들에게 밥을 차려주면서 그 헛헛함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초기 그리스도인 공동체 또한 밥상 공동체였던 것을 떠올려 봅니다. 2000년이 지난 요즘 그때 공동체가 다시금 ‘힘을 발휘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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