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콰이어트 퀴팅(Quiet Quit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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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콰이어트 퀴팅(Quiet Quitting)
  •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 승인 2022.12.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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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은 연구원
임주은 연구원

지난 글에서 ‘소울리스좌’라는 트렌드 키워드를 소개한 바 있었다. 이는 청년 노동자들이 근무 환경에서 겪게 되는 부당함이나 무례함에 대해, 자신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 ‘영혼 없는 모습’으로 일을 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맡은 바 일은 열심히 할지언정, 거기에서 영혼까지 상처받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일종의 체념 전략이었다. 그런데 소울리스좌가 아르바이트생들의 체념 전략이라면, 이번에는 회사원들의 체념 전략이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콰이어트 퀴팅(Quiet Quitting)’이다. 이 용어를 직역하면 ‘조용한 사직’이라는 뜻이 되지만, 그 정확한 의미는 “직장에서 주어진 일 이상을 하려는 생각을 멈추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틱톡 유저인 @zaidleppelin이 “일이 삶이어야 한다는 허슬(Hustle) 문화 정신에 더는 동의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시작한 일종의 챌린지다. 가슴에 사직서 하나씩은 품고 사는 미국 청년들에게 그의 게시물은 심금을 울렸고, 너도나도 #QuietQuitting을 언급하며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열풍은 한국에까지 불어왔고 Z세대에게서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을 가리켜 부르는, 소위 ‘월급 루팡’들이 자신들의 근무 태만을 합리화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열정과 사명감 없이 ‘소극적인 업무관’을 가지고 일하는 풍조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염려도 크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들은 기업을 책임지고 있는 소유주나 관리자들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많은 조직이 ‘적은 임금에도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저 경쟁하며, 과한 업무를 감당해온 청년들의 열정 페이’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필자는 콰이어트 퀴팅의 열풍에 대해 ‘소극적 업무관’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적극적 인생관’이라 불러주고 싶다. 사실 이 개념은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회사와 계약된 업무 시간, 업무 내용, 급여 등에 알맞게 노동을 한 후에, 여가시간에는 일과 삶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늘 있어 왔다. 더구나 노동과 삶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생활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다. 일을 인생의 전부로 두거나, 직장 내 과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은 특별히 신자들의 영성 훈련의 공간을 좁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적극적 인생관에 대해 지지해주어야 할 교회에서조차 열정 페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교회 내에는 다양한 모양의 섬김이 어우러져 있다. 누군가는 하나님이 주신 감동으로 평신도로서 봉사하는 이들이 있나 하면, 누군가는 목회자 혹은 관리직으로 교회의 일들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성직’과 ‘하나님을 향한 섬김’으로 치환되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과한 업무를 감당하느라 번아웃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실시한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에서 일하고 있는 부교역자는 하루 9.8시간, 주 5.7일을 근무하는 것으로 일반 기업보다 더 과한 업무와 그에 비해 낮은 보상으로 힘든 삶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날 더 많은 젊은이가 저마다의 방법으로 ‘적극적 인생관’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오늘날 더 많은 목회자 혹은 목회자 후보생들이 주님께 받은 ‘소명’을 건강하게 품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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