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죄 회개 없이는 한국교회가 통일의 걸림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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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의 죄 회개 없이는 한국교회가 통일의 걸림돌 될 것”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2.12.14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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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MA 지난 8일 ‘북한교회 재건을 위한 원탁회의’ 진행
원로·탈북민·북한 사역 전문가·학자 33인 모여

북한교회는 한국교회의 아픈 손가락이다. 한때 평양은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렸고 북한 땅에만 3천여 교회가 하나님께 찬양과 경배를 올려드렸다. 그러나 지금은 3대로 이어진 독재정권 하에 광야처럼 메말랐다. 교회 간판을 내걸 수 있는 건 독재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이름뿐인 교회뿐, 진짜 성도들은 초대교회 신앙의 선배들처럼 카타콤에 숨어 눈물의 기도를 드리고 있는 현실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우리의 반쪽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다가올 통일을 준비하고 북한 땅의 영혼들을 위해 교회를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 선교 전문 사역자, 탈북민 출신 목회자, 신학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강대흥 선교사·KWMA)는 지난 8KWMA 회의실에서 통일 이후 북한교회 재건을 위한 원탁회의 준비모임을 가졌다.

연합의 정신이 첫 번째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아직 통일이 언제 될지도 모를 일인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통일 이후 맞이하게 될 혼란이 너무도 선명히 그려져서다. 수백 개에 이르는 교단, 그리고 수많은 선교단체가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든다면 안 그래도 정돈되지 않았을 통일 이후의 북한에 더 큰 혼란을 가져다 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한국교회 어른 박종순 목사(충신교회 원로)는 무엇보다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목사는 통일은 무조건 된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창조원리는 하나가 되는 것이다. 아담과 하와도 함께 하라고 하셨고 이스라엘 남북 왕조도, 교회도 하나가 되라고 하셨다. 주님도 우리가 하나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셨다면서 다만 하나님이 정하신 때가 언제일지는 모른다. 우리는 그때를 기다리며 기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을 전제하고 북한교회 재건을 준비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그는 다름 아닌 한국교회가 걸림돌이 될 것이다. 교단, 교파, 대형교회 너나 할 것 없이 깃발을 꽂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교회를 따로 개척할 것이다. 신학교도 교단별로 따로 세우고 복지기관과 병원, 학교도 난무할 것이라면서 선점을 위한 경쟁의 과열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지금 한국과 선교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북한에서도 일어나지 않겠나. 누군가는 기우라고 말하지만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박 목사는 오늘은 하나가 되기 위해 모인 자리다. 여기서 하는 논의가 교단의 벽을, 교회의 벽을 넘고 경직된 사회의 틀을 넘어야 한다. 시작은 쉽게 했어도 과정은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통일 이후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매뉴얼이 나와야 한다. 우리들의 논의가 계속해서 진행형이었으면 좋겠다. 멋진 결과를 창출해내길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원탁회의 이전에도 북한선교에 마음을 모으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중심으로 이뤄진 북한교회 재건운동이다. 당시 한국교회는 통일 이후 혼란을 막기 위해 북한교회 재건을 위한 3대 원칙을 세운 바 있다.

당시 북한교회재건위원장을 맡았던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원로)그 당시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란 의견이 대세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렇게 봤다. 그런데 만약 지금 독일처럼 분단의 문이 열린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봤다. 엄청난 혼란이 예상됐다. 그래서 서둘러 통일이 되면 북한교회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논의해보자고 모인 것이 북한교회 재건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재건 원칙은 북한교회가 교단·교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립하는 것에 목표를 뒀다. 김 목사는 첫 번째는 연합의 원칙이다. 북한교회 재건만은 한국교회가 창구를 일원화해 수행하고 온 교계가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북한 복음화의 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둘째는 단일의 원칙이다. 분열된 남한교회의 교파를 지양하고 단일 기독교단을 세우는 것이다. 남한교회의 상처인 교단 분열에 대한 회개가 담겼다. 셋째는 독립의 원칙이다. 남한교회가 지배하는 교회가 아닌 자립적이고 독자적인 교회를 세우고 남한교회는 돕는 역할만 맡자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북한교회 재건운동은 아직까지 미완으로 남아있다. 당시 예상과는 달리 북한 정권이 무너지지 않고 아직까지 존속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의의는 상당하다. 발제를 맡은 조기연 교수(아신대)북한교회 재건운동은 실제적인 통일을 생각하면서 준비한 운동이었다는데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다. 3가지 원칙을 통해 북한선교와 북한교회 재건에 있어 한국교회가 붙잡고 가야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마련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기준을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칙이 세워진지 벌써 25년이 지난만큼 이제는 이를 기초로 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25년이 지나며 한 세대 가까이가 지나갔으며 지금은 34천여 명의 북한 사람들이 남쪽에서 함께 살고 있고 탈북민 목회자가 남한에 70개 교회를 개척해 섬기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역시 25년 전의 북한이 아니다. 장마당 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지도자부터 주민까지 많은 변화가 진행되어졌다면서 북한을 가슴에 품고 복음통일의 염원을 담아 기도하며 달려오신 선배 목사님들이 고민하며 동의한 북한교회재건 3원칙을 기준으로 현 시대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원칙을 추가 보완해 북한교회 회복을 위한 10대 원칙을 연구하길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발제를 전한 박종순 목사.
발제를 전한 박종순 목사.

지금부터가 통일의 과정

몸을 아끼지 않고 북한선교에 헌신하다 31개월 동안 구금됐던 임현수 목사(토론토 큰빛교회 원로)는 북한선교와 교회 재건을 위해 자신의 경험과 함께 조언을 나눴다 .임 목사는 김일성장례시식으로 시작해 28년의 사역을 이어갔다. 그때 하필 고난의 행군으로 굶어죽는 이들이 너무 많았다. 사람이 죽었는데 무덤가에서 전도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죽어가는 생명부터 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회고했다.

또 임 목사는 북한에 필요한 교회를 추산해봤다. 2만 교회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2만 교회를 세울 역량이 한국교회에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 목사가 남아도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북한을 위해 예비하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다만 남한교회가 주도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기질 상 쉽지도 않다.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하고 자기 교단, 자기 교회의 이름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 그리스도만 전파되면 기뻐하리라는 마음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민국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옅어져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임 목사는 북한인 인권 분야에 있어 최악의 사각지대다. 지구상에서 가장 인권이 유린당하는 곳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다 북한인권에 대해 미루고 있다. 북한인권 얘기를 하면 마치 북한 지도부처럼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면서 북한은 사회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니다. 2천만 광신도를 거느린 사이비 종교집단이다. 규모로 세계 10대 종교에 속한다. 북한선교는 곧 영적 전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원탁회의에서는 선교 실무자 그룹, 탈북민 목회자와 탈북민 사역자 그룹, 학자 그룹, 원로 그룹 등 4개 그룹별 테이블을 구성하고 실질적인 논의 시간을 가졌다. 논의 주제는 북한교회 재건 3원칙을 잘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 재건 3칙을 현재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 한다면 본 모임을 구체화하고 확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 등 3가지로 설정됐다.

참가자들은 북한교회 재건 3원칙에 대해 통일 이후가 전부가 아니라 지금부터 통일 과정을 전반으로 살피는 폭넓은 시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장에 대한 고민 없이 계획만 있음을 지적하고 교회와 정부, 사회도 포괄하는 연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단일 기독교단 역시 실질적으로 가능한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여러 교단이 연합하는 방식이 더 좋을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KWMA는 이날 준비모임을 기초로 북한선교 매뉴얼을 제작하기 위한 원탁회의를 지속적으로 이끈다는 계획이다. 이날 모임에는 발제자들을 포함해 조요셉 목사(선교통일한국협의회 상임대표), 강일용 사무총장(글로벌만나재단), 김권능 목사(북한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정형신 목사(뉴코리아교회), 윤현기 상임대표(평화나눔재단), 김병로 교수(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임헌만 원장(통일선교아카데미), 유관지 원장(북녘교회연구원), 김영식 대표(포타미션), 오성훈 사무총장(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정베드로 목사(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장) 33명의 북한선교 전문가가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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