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선교여행은 많은 것을 얻은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4일 주일 저녁, 부천노회의 목사 23명과 사모 11명, 총 34명으로 구성된 세부 선교팀이 필리핀으로 출발했습니다.
월요일 새벽에 세부 막탄공항에 도착한 선교팀은 모든 일정의 길잡이가 되어준 미션랜드 김명규 선교사가 준비한 차를 타고 사역지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에서 짧은 잠을 잔 후에 필리핀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에 대한 강의를 듣고 첫 번째 사역 장소인 삼덕교회로 이동했습니다.
교회로 가는 길은 무척 험난했습니다. 우리의 과거 난지도와 다름없는 쓰레기 산 가운데 난 통행로는 온갖 오물이 뒤섞여 질퍽거리는 길이었습니다. 음식 그릇을 하나씩 들고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어야 했습니다.
가면서 두 곳에서 나눔 사역을 했습니다. 마을 공터에 음식을 펼쳐놓고 마을로 들어가 사람들을 불러왔습니다. 모여든 사람들에게 음식과 물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닭 바비큐, 잡채, 만두, 사탕, 밥 그리고 생수 한 병. 모든 땅이 깊이 오염되어서 깨끗한 식수를 마실 수 없는 곳이기에 그들에게 생수는 더욱 반가운 선물이었습니다.
교회에 도착해 예배를 드린 후에 교인들에게도 음식을 나누니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화요일에는 힐루뚱안 섬에서 나눔 사역을 했습니다. 인구가 1,300명인데 초등학교 학생 수가 600명입니다.
멀리서 본 섬은 아름다웠지만, 정상적인 삶을 살기에는 너무 힘든 곳이었습니다. 식수가 없어서 빗물을 받아 가라앉혀서 마신다고 합니다. 이 섬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그래서 날이 어두워지면 바다로 나가서 볼일을 보고 온다고 합니다. 바다가 넓기에 아침이면 아무 흔적도 없이 깨끗해진다고 합니다. 대대로 그렇게 살아왔기에 불편함을 못 느낀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 도착하니 학생들이 운동장에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인사를 나눈 후에 바로 음식과 학용품을 나누어주기로 했는데 학교 측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순서지를 보니까 오늘이 가장 기쁘고 행복한 날이라는 문구와 함께 많은 순서를 준비했습니다. 해양 군인들이 무장하고 경비를 서주었고 한 시간이 넘도록 국민의례와 지역 인사들의 감사 인사와 교사들의 특송과 학생들의 재롱잔치가 이어졌습니다. 고학년 학생들은 짝이 지어 커플댄스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노회장 정충원 목사(화운교회)는 “하나님이 우리를 이곳으로 보내주셨습니다”라고 인사하자 그 말에 모두 감동하고 크게 은혜 받았습니다. 미리 모든 비용을 보내주었지만 그들의 성의에 감동해서 학교에 장학금을 더 전달했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질서 있게 줄을 선 학생들에게 음식과 노트 필기구 등 학용품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나눔 과정에 미리 담당을 정하거나 동선을 맞추거나 하지 않아서 내심 걱정했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효율적인 분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이것도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요일은 다른 날보다 분주했습니다. 조식을 일찍 마치고 미션랜드에 집결하여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했습니다. 도착한 곳은 세부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있는 산지마을입니다. 이곳은 반군 지역인데도 교회가 있습니다. 수드론 반석교회입니다. 교회에서 기도회를 마친 후에 팀을 나누어 노방전도를 했습니다. 쌀과 사탕과 학용품을 나누어주면서 미리 외워둔 현지어와 짧은 영어 그리고 몸짓을 섞어서 전도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미션랜드로 돌아와서 교인들과 함께 수요예배를 드렸습니다.
찬양팀의 인도로 열정적으로 찬양하고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가 마태복음 16:14~17절을 본문으로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말씀을 선포하자 모든 회중이 “아멘”으로 받았습니다. 예배 후에 는 이찬용 목사의 인도로 우리 선교팀과 교인들이 하나가 되어 힘을 모아 기도했습니다.
목요일은 쉬는 날이었습니다. 사흘 간의 치열한 섬김을 모두 마친 전도팀도 쉬는 날이었고, 세부도 공휴일이었습니다. 세부 최대의 쇼핑몰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쇼핑을 마친 후 다시 미션랜드로 돌아와 사모님이 성도들과 정성을 다해 만든 삼겹살 바비큐로 마지막 식사를 하고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노회장 목사님의 치하와 기도로 모든 선교 일정을 끝냈습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은혜와 감동의 진한 여운이 남은 여정이었습니다.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지배를 받았지만 강한 민족성으로 독립을 이루어낸 나라,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달려와 우리를 도와주었던 나라,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보다 훨씬 잘 살았던 나라. 이 나라가 기나긴 독재의 터널을 지나온 결과, 대다수 국민이 피폐하고 곤궁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나라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변화되어 부패와 범죄가 사라지고, 칠천 개의 섬이 하나의 언어로 모이며, 깨끗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사는 주님의 백성들로 가득해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