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는 ‘은혜’의 외상 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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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일기는 ‘은혜’의 외상 장부”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2.12.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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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26)

감사를 삶으로 전하자는 ‘감사행전’은 우리 삶 속에서 감사거리를 찾는 데서 시작된다. 감사거리를 찾으려면 감사를 찾는 색안경이 필요하다. 자동차를 천천히 운전하며 좌우를 살펴볼 때, 평소 빨리 달리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듯 우리 삶 속에 흩어져 있거나 감춰져 있는 감사거리를 많이 발견해야 비로소 감사의 마음이 생긴다. 그런 상태가 평안이고 평강이고 평화, 곧 샬롬이다. 그래야 항상 기쁘게 살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불평, 불만, 혐오, 갈등 같은 부정적인 것들이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된다.

우리말에는 욕 표현이 참 많다. 그중 가장 심한 욕은 ‘배은망덕(背恩忘德)’이 아닐까 싶다. 감사 거리를 찾았더도 그걸 잊어버리면 ‘배은망덕’이 된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 다른 사람들로부터 입은 은혜를 쉽게 잊어버리고 신의를 저버리면 사람 대접을 받기가 어렵다. 배신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은혜를 잊지 않고 잘 기억할 수 있을까? ‘적자 생존’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본 뜻은 환경에 잘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適者生存)인데, 요즘엔 “잘 적어야 잘 기억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어린 시절 우리집은 가게를 운영했다. 그 당시에 동네 가게에는 ‘외상장부’라는 게 있었다. 일단 물건을 가져간 후 나중에 한꺼번에 갚았는데, 그걸 적어놓은 게 외상장부다. 장부에는 일시, 품명, 가격이 적혀 있다. 그런데 정산을 할 때 문제가 생긴다. 장부를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 적다 보니 착오가 생기곤 한다. “그런 일이 없다”, “수량이 맞지 않다”며 딴소리를 하는 바람에 다툼이 생기곤 했다. 결국 외상값을 받지 못하는 억울한 경우도 있었다. 아예 외상값을 떼먹고 멀리 이사를 가기도 했다. 사람이란, 자신이 남에게 준 건 잊지 않지만 받은 건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 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바로 ‘배신감’이다. 여기서 나온 욕이 ‘배은망덕’이고. 한번 이런 감정을 느끼면 그 사람과는 관계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언젠가 다시 당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루를 마감하기 전에, 하나님과 이웃들로부터 받은 은혜의 이야기들을 적어보자!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지난 시간에 어디까지 했지?”라고 묻는 선생님이 계셨다. 선생님도 지난 시간 수업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설교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설교자는 지난주에 설교한 내용을 얼마나 기억할까? 설교를 들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망각의 곡선’으로 사람의 기억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망각은 학습 10분 후부터 시작된다. 1시간 뒤에는 50%가 잊혀진다. 그리고 하루 뒤에는 70%가, 한 달 뒤에는 80%가 기억에서 지워진다.

우리가 삶에서 겪는 수많은 일들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복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을 그냥 지나가게 만들고 잊어버리는 건 슬픈 일이다. 그래서 학교는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게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기 쓰기를 왜 해야 하는지 잘 깨닫지 못한채 억지로 쓰기 때문에 ‘일기’ 하면, 지겨운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사색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일하고, 다시 집에 돌아와 밥 먹고 씻고 자는 쳇바퀴 같은 인생을 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색하는 사람은 그 장면 하나 하나에서 자신만의 깊은 생각과 감정, 의미와 스토리를 발견한다. 그걸 글로 정리해놓는 게 일기다. 우리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지만, 일기 쓰기를 통해 우리 자신을 ‘성찰’할 수 있다. 신문이나 방송을 보는 이들의 이야기 주어는 주로 남들이지만, 일기를 쓰는 사람의 이야기 주어는 언제나 ‘나’다. 내가 무엇을 했고, 누구를 만났고,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느꼈는지를 쓴다. 그러니 일기를 쓰는 사람들의 삶은 더 깊어지고 그들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그러니 일기를 쓰면 두뇌 건강에 좋고 기억력도 향상될 수밖에 없다. 일기는 글쓰기에 큰 바탕이다.

그 일기에 오래 기억해두고 싶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빠뜨리지 않고 담아둔다면, 우리의 삶은 더 아름답게 익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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