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예레미야의 예언은 하나님의 ‘사랑과 섭리’에 대한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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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예레미야의 예언은 하나님의 ‘사랑과 섭리’에 대한 확신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2.12.0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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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63) -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렘 29:11)

거짓 선지자들과 싸우고 재앙을 선포하는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다보니 예레미야를 차갑고 거친 사람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레미야는 자기 백성을 향한 애정으로 가득한 예언자였습니다. 바벨론으로 끌려간 유다인들에게 인편으로 보낸 다정한 편지가 그 증거입니다.

“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바벨론에서 칠십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권고하고 나의 선한 말을 너희에게 실행하여 너희를 이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내가 아나니 재앙이 아니라 곧 평안이요 너희 장래에 소망을 주려하는 생각이라 너희는 내게 부르짖으며 와서 내게 기도하면 내가 너희를 들을 것이요 너희가 전심으로 나를 찾고 찾으면 나를 만나리라”(29:10~13)

바벨론의 말발굽에 나라가 짓밟히는 것을 하나님의 뜻이라 받아들이는 것이 쉬울 리 없었겠지만, 그렇게 망한 유다가 70년이 지난 후에 다시 일어선다는 것을 믿기는 더더욱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은 분명했고 예레미야의 믿음은 견고했습니다. 황폐해진 거리에 사람이 다시 오가고 무너진 터에 새 시가지가 세워지는 미래를 믿기에, 나라가 망하면 아무 가치가 없을 토지를 제값에 매수해 등기를 마칠 정도였으니 동족을 향한 예레미야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알만합니다(렘 32:6~15).

그러나 예레미야가 믿은 것은 하나님 약속의 확실성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을 택하신 하나님의 흔들리지 않는 사랑과 영원한 섭리를 믿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바벨론을 통해 이루시는 것은 유다의 멸망이 아니었습니다. 칠십년의 유배를 넘어 준비하신 새로운 미래, 희망찬 미래를 그는 믿고 전했습니다. 포로기 칠십년은 절치부심 독립을 위해 싸우기보다 유다 공동체를 확장하기에 힘써야 할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예레미야의 편지는 그것을 명확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가게 하신 포로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집을 짓고 거기 살면서 텃밭을 만들고 그 열매를 먹거라. 아내를 맞이하여 자녀를 낳고 너희 아들이 아내를 맞이하며 너희 딸이 남편을 맞아 그들로 자녀를 낳게 하여 너희가 거기에서 번성하고 줄어들지 아니하도록 하여라.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가게 한 그 도성의 평안을 구하고 그 도성을 위해 나에게 기도하여라. 그 도성이 평안해야 너희도 평안할 것이다”(4~7절)

무저항과 순응을 명령하시는 하나님의 크신 뜻을 이해하기에는 그들의 생각과 품이 너무 작았습니다. 지켜야 할 것이 많았던 토속 엘리트들은 예레미야의 이 메시지에 저항하고 그를 핍박했지만, 하나님의 섭리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결국 바벨론 제국의 넓디넓은 영토에 흩어진 유다 포로들은 수백 년에 걸쳐 근동의 패권을 손바꿈한 페르샤, 헬라, 로마의 치하에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고 팔레스틴 본국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영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성전과 제사장을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성경의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의 제사를 드리는 회당 중심의 신앙을 이어갔습니다.

훗날 예수님께서 나사렛 회당에서 이사야서 말씀을 통해 자신이 메시아이심을 공포하고(눅 4:16~21),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든 제자들이 이 디아스포라(diaspora) 공동체의 그물망을 타고 유대인들에게 전도하여 교회를 시작하게 된 것이 과연 우연이었겠습니까? 사람들이 최악이라 생각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을 위한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이여, 그의 판단은 헤아리지 못할 것이며 그의 길은 찾지 못할 것이로다(롬 11:33).”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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