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선교사 아닌 선교사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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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선교사 아닌 선교사가 되어
  • 최운식 장로
  • 승인 2022.11.3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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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식 장로/서울장위감리교회 원로장로,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최운식 장로
최운식 장로

교수직에서 정년퇴임을 한 이듬해에 국제교류재단에서 선발하는 해외파견 교수로 터키에 가게 되었다. 내가 터키에 간다고 하니, 기뻐하면서 격려해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슬람 국가에 가서 안전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슬람 국가에 체류할 때에 안전을 염려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나는 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울 때 “이슬람교는 한 손에 『코란』을 들고, 다른 한 손에 칼을 들고 선택을 강요하며 선교한다”라는 말을 들었다. 미국의 9·11 테러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 폭탄 테러의 배후에 이슬람교도가 있다는 뉴스를 여러 번 접하였다. 이슬람교도에게 인질로 잡혀 있던 한국의 선교사가 살해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슬람 국가의 대학에 자리 잡은 한국인 교수가 이슬람교로 개종하지 않으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학생들의 협박을 받고 되돌아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터키는 6·25 전쟁 때 네 번째로 많은 군인을 파견한 나라,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생각하고 한국인에게 매우 친절한 나라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비교적 온건한 수니파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종교의 세속화를 선언한 나라여서 중동의 이슬람 국가와는 사회적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터키는 인구의 98%가 이슬람교도라는 것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나는 터키에 한국어와 한국문학, 한국문화를 가르치러 가는 교수다. 선교사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무슬림 학생들에게 종교 문제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 끝에 ‘학생들에게 기독교인임을 밝히고, 기독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그리고 여건이 성숙되면 전도한다’라고 마음을 정했다.

터키의 에르지예스 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 부임한 뒤에 3·4학년 학생들과 대학원생이 찾아와 자주 대화하였다. 그 중 한 학생이 “교수님은 종교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기독교라고 말한 뒤에, 기독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종교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던 학생들 대부분은 잘 모른다고 하였다. 나는 기독교의 『성경』과 이슬람교의 『코란』을 비교하여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그 무렵에 터키의 명절인 ‘아쉬레의 날’이 되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 명절이 ‘노아가 방주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곡식을 함께 넣어 끓여 먹은 일을 기념’하는 데서 연원되었음을 이야기하였다. 또 터키인이 큰 명절로 꼽는 쿠르반 바이람(희생명절)은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고 한 사건에 연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바치려고 한 아들의 이름은 ‘이삭’과 ‘이스마엘’로 다르다고 하였다. 그리고 모세나 예수를 성인으로 모시는 점은 두 종교가 같음을 이야기하였다. 이렇게 하는 동안 학생들은 기독교의 장로라고 하는 나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기독교에 대한 경계심을 풀기 시작하였다.

내가 방학이 되어 서울에 와 있을 때에나 완전 귀국한 뒤에 어학연수나 대학원에 진학하여 한국에 온 터키 학생들을 서울에서 만났다. 나는 그들에게 맛있는 한국 음식을 사 주며 한국문화를 알려주었다. 주일에 만나는 학생은 우리 교회로 데리고 가서 주일 예배를 함께 드렸다. 목사님은 광고 시간에 전 교인에게 그 학생을 소개하였다. 예배가 끝난 뒤에는 애찬실에 가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대화하기도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와 친해진 졸업생 몇 명은 기독교에 대해 친근감을 갖게 되었다. 어느 선교학 전공 교수께 이런 말을 하니, “최 교수님은 이슬람국가에 가서 그 나라 학생들과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선교적으로 의미가 있어요”라고 말하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마음 속으로 선교사 아닌 선교사의 역할을 조금은 했다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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