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와 안위 추구한 거짓 예언자와 달랐던 ‘눈물의 예레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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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와 안위 추구한 거짓 예언자와 달랐던 ‘눈물의 예레미야’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2.11.30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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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8호]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 “내 말이 불같지 아니하냐 방망이같지 아니하냐” (렘 23:29)

예레미야에게 붙은 ‘눈물의 예언자’라는 호칭은 허명이 아니었습니다. 백성들은 자기 죄를 깨닫지 못하고 자만에 빠졌는데, 사명을 함께할 다른 예언자들은 출세와 안위만을 추구하고 있었으니 그의 아픔은 날마다 심해졌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사명을 따르는 참 예언자보다 인기를 추구하는 거짓 예언자들을 더 좋아했습니다. 죄를 지적하고 임박한 심판을 외치는 음성보다, 희망을 노래하고 마음을 달래주는 소리가 귀에 더 잘 들렸던 것입니다. 이것은 예레미야 시대에 생겨난 일이 아닙니다.

예레미야보다 백년쯤 앞서 예언활동을 하던 미가는 자기 시대의 유다 백성들을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침상에서 죄를 꾀하며 악을 꾸미고 날이 밝으면 그 손에 힘이 있으므로 그것을 행하는 자는 화 있을진저…그들이 말하기를 너희는 예언하지 말라 이것은 예언할 것이 아니거늘 (예언자들이) 욕하는 말을 그치지 아니한다 하느니라”(미 2:1, 6)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꾸짖는 예언자들을 ‘욕쟁이’라고 비난하면서 그런 예언을 중단하라고 외치는 이들의 모습이 섬짓합니다. 이들은 거짓 말씀을 만들어내라는 요구를 할 정도로 뻔뻔했습니다. “사람이 만일 허망하게 행하며 거짓말로 이르기를 내가 포도주와 독주에 대하여 네게 예언하리라 할 것 같으면 그 사람이 이 백성의 선지자가 되리로다”(미 2:11) 포도주의 예언자, 독주예찬을 부르는 선지자라니요! 하나님 백성이 하나님 말씀을 거부하는 것으로 모자라 하나님의 종들에게 자기들 귀를 즐겁게 해줄 말을 하라고 요구하다니.. 미가의 자괴감이 느껴져 마음이 아프고, 이 상황을 지켜보시는 하나님의 조용한 분노에 두려움이 입니다.

백년이 지나도록 하나님은 말씀하셨고 예언자들은 전했습니다. 회개하지 않으면 심판이 임한다고, 나라가 망한다고 외쳤습니다. 백성들은 비웃었고, 돌이키지 않았습니다. 거짓 예언자들이 서로 추어주고 서로의 ‘말씀’을 인용해가며 광란의 잔치를 여니 백성들의 마음이 완전히 넘어가 예레미야를 가짜 선지자로 정죄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여호야김 왕 때 사건이 터졌습니다. 예레미야의 바른 소리를 미워한 관리들과 백성들이 그를 잡아 처형하려고 성전으로 끌고 간 것입니다(렘 26장). 그가 예루살렘 성전이 훼파되고 주민들이 사라지리라 예언했다는 것이 사형을 내릴 죄목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이 무너진다 말한 것은 곧 신성모독이니 너는 죽어야 한다고 외치는 자들을 향해 예레미야가 선언합니다. “여호와께서 나를 보내사 너희가 들은 바 모든 말로 이 성전과 이 성을 향하여 예언하게 하셨느니라”(26:12) 듣기 싫어도 들으라. 내 말이 아니고 주님의 말씀이니! 듣고 싶은 말만 찾는 어리석은 세대여. 주님의 말이 어찌 그대들의 입맛에 맞기만을 바란단 말인가. 예레미야는 자신의 입에 주신 하나님의 말씀이 나라와 왕국들을 부수고 세우는 권능의 말씀이란 것을 의지하고(렘 1:9~10),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친히 주셨던 위로의 말씀을 붙들었습니다.

“내 말이 불같지 아니하냐 바위를 쳐서 부스러뜨리는 방망이 같지 아니하냐”(23:29) 백성들 중에 그나마 하나님을 두려워하던 이들이 예레미야를 살렸습니다. 다름아닌 히스기야 왕 때 미가 예언자가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했다는 것을. 그 때 히스기야와 유다 백성이 미가를 죽이지 않았던 것처럼 예레미야도 살려야 한다고 호소했던 것입니다(26:17~19). 앞서간 미가와 히스기야 덕에 살아났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은 변하지 않았고 예레미야의 분투는 계속되었습니다. 미가와 예레미야. 백 년의 시간을 넘어 참 예언자들의 삶에 드리운 고난과 눈물이 우리 사명의 길을 되새겨보게 합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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