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펜젤러 여장 푼 ‘대불호텔’, 첫 서비스 커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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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펜젤러 여장 푼 ‘대불호텔’, 첫 서비스 커피 제공”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2.11.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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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황제 지원한 정동 ‘손탁호텔’보다 17년 앞서
서비스 커피 제공한 대불호텔에서 커피 시음행사
한국레저경영연구소와 인천광역시 중구문화재단은 지난 24일 ‘조선 최초 서비스커피를 재현하다’를 주제로 개항커피 시연회를 개최했다. 아펜젤러 선교사가 마셨을 당시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했다.
한국레저경영연구소와 인천광역시 중구문화재단은 지난 24일 ‘조선 최초 서비스커피를 재현하다’를 주제로 개항커피 시연회를 개최했다. 아펜젤러 선교사가 마셨을 당시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했다.

“아펜젤러 선교사님이 처음 머문 숙소가 당시 제물포 대불호텔입니다. 선교사님은 ‘방이 넓은데도 따뜻하다’, ‘잘 준비된 맛있는 서양요리가 나왔다’며 첫날을 기록하고 있는데, 호텔에서 당연히 커피를 서비스받았다고 유추해 볼 수 있지요.”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최석호 소장은 아펜젤러 선교사(Henry Gerhard Appenzeller, 1858~1902)가 남긴 기록을 근거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서비스 커피(serviced coffee)가 제공된 곳이 인천 대불호텔이라고 확신했다.

일반적으로는 1902년 개장한 서울 정동의 손탁호텔이 서비스 커피를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소장은 “손탁호텔이 처음이라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고종 황제가 총애하던 손탁이 문을 연 근대식 호텔이기 때문에 커피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예측한 것”이라며 “대불호텔 역시 마찬가지 정확한 기록보다 아펜젤러 선교사님이 남긴 ‘서양요리’에 주목할 수 있다. 요리와 함께 당연히 커피가 제공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1884년 문을 연 대불호텔의 주인은 일본인 ‘호리 리키타로’(掘力太郎)다. 그는 미군 군함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서양요리를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1886년 대불호텔 인근에 문을 열었던 스튜어트 호텔과 꼬레호텔과 마찬가지로 와인과 커피를 서비스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불호텔이 서비스 커피를 처음 제공했다면 손탁호텔보다 17년이 앞선다.

첫 근대식 숙박시설 인천 대불호텔(우측)과 인천중구생활전시관 전경.
첫 근대식 숙박시설 인천 대불호텔(우측)과 인천중구생활전시관 전경.

언더우드, 전도여행 선물 커피
커피와 관련해 일반에 잘못 알려진 사실은 또 있다. 바로 고종 황제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커피를 맛본 인물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고종 황제를 엄청난 커피 애호가였던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미세한 향과 맛 차이까지 감정할 정도로 예민했다. 커피를 이용한 독살 시도가 있었지만, 고종은 평소와 향 차이를 알아채 화를 피한 적도 있다.

다른 선교사들의 기록을 보면 고종보다 커피를 마신 사람들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1884년 중국에서 입국한 알렌 선교사는 궁궐에서 홍차와 커피를 마셨다고 책에 기록했다. 아펜젤러 선교사와 함께 들어온 언더우드 선교사는 1889년 봄 호튼 여사와 결혼한 후 조선 북부지역으로 신혼여행 겸 전도여행을 떠날 때 커피를 선물로 들고 갔다. 그리고 지방관리 등 그곳 사람들에게 커피를 선물했다고 한다.

미국인 천문학자 로웰은 1885년 저술한 <조선, 고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1884년 1월 한강이 보이는 김홍집의 집에서 커피를 대접받았다고 남기기도 했다. 고종 황제가 1863년 12살 나이에 왕위에 올랐으니, 커피를 일찍 마시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정하기는 어렵다. 보통은 고종이 1896년 일본을 피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했던 아관파천 때 커피를 처음 마신 것으로 본다. 당시 러시아공사 베베르가 고종에게 커피를 추천했고, 커피 시중을 들었던 인물이 독일 국적의 프랑스인 손탁이었다는 것이다.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최석호 소장이 아펜젤러 선교사와 커피 역사에 대해 시연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최 소장은 아펜젤러 선교사가 남긴 기록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 서비스 커피를 제공한 곳은 대불호텔이라고 확신했다.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최석호 소장이 아펜젤러 선교사와 커피 역사에 대해 시연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최 소장은 아펜젤러 선교사가 남긴 기록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 서비스 커피를 제공한 곳은 대불호텔이라고 확신했다.

아펜젤러 선교사가 마신 커피는?
최석호 소장은 아펜젤러 선교사가 남긴 기록을 기반으로 최초의 서비스 커피는 국내 첫 근대식 숙박시설이었던 ‘대불호텔’이라고 확신했다. 지난 24일에는 인천광역시 중구문화재단과 함께 인천중구생활전시관에서 ‘조선 최초 서비스커피를 재현하다’를 주제로 개항커피 시연회도 개최했다. 전시관은 옛 대불호텔 건물과 바로 인접해 있는 구옥으로 과거 정취를 담고 있다. 시연회에서 최 소장은 대불호텔과 아펜젤러 선교사, 커피와 얽힌 역사를 풀어 설명했고, 커피전문가 구대회 바리스타는 구한말 커피 문화와 방식대로 커피를 추출해 참석자들이 시음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대불호텔에서 손님들에게 제공한 커피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재배한 아라비카종이 유력합니다. 자바섬은 당시 ‘바타비야’라고 불렸는데요. 동인도회사 본부가 있었고, 나가사키까지 정기항로가 개설돼 있었습니다. 나가사키에서 국내로 커피를 들여오는 건 당연했을 겁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광고는 1896년 9월 15일자 독립신문이다. 독일인 고샬키는 ‘자바커피’를 ‘모카커피’와 함께 판매한다고 광고 문구도 있다. 커피는 당대 ‘가배차’ 또는 ‘양탕국’으로 불렸다. 커피 필터가 개발되기 전이기 때문에 한약을 다릴 때 주로 쓰던 삼베를 활용했다. 이날 시연회에서도 삼베에 미리 갈아온 커피 원두를 넣고 2분 40초 동안 끓여 추출했다.

“커피는 아주 귀했기 때문에 한약처럼 여러 번 끓였습니다. 커피는 열에 닿는 시간이 길수록 쓴맛이 나는데, 대불호텔 손님들은 아마 지금보다 훨씬 쓴 커피를 맛보아야 했을 겁니다. 그것도 당대의 커피 문화이기 때문에 그 방식대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최석호 소장은 “구한말 선교사들은 학교와 병원을 중심으로 복음을 전하면서, 커피와 같은 문화 요소를 전파하는 데 역할을 했다. 이번 아펜젤러 선교사님의 기록을 토대로 새로운 커피 역사를 조명한 만큼 이를 관광 자원화하는 방안도 지자체와 함께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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