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직자’를 담임목사로?... 딜레마에 빠진 흥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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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직자’를 담임목사로?... 딜레마에 빠진 흥광교회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2.11.2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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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총회 수습위 개최, 청빙자 A씨에 사실관계 확인
합동 면직 후 예장 대신서 위임받았지만 절차상 문제 많아
지지측 ‘교단 탈퇴’ 불사... 탈퇴해도 타 교단 가입 어려울 듯
지난 11월 24일 총회봉부에서 흥광교회 담임목사 청빙 관련 수습위원회가 개최됐다.
지난 11월 24일 총회봉부에서 흥광교회 담임목사 청빙 관련 수습위원회가 개최됐다.

인천시 연수구에 위치한 흥광교회가 담임목사 청빙을 두고 성도들이 양분되면서 내부 분쟁을 겪고 있다. 흥광교회가 속한 예장 백석총회는 지난 24일 수습위원회를 열고 청빙을 통과한 A목사와 양측 성도들을 초청해 입장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흥광교회 사태는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흥광교회는 설립목사인 장원기 목사의 소천 후 지난 3월 담임목사 청빙 공고를 냈다. 116명이 지원하였고 심사를 거쳐 최종 2명의 후보가 성도들 앞에서 설교를 한 후 626일 공동의회에서 A목사를 담임으로 확정했다. 예상치 못한 문제는 흥광교회가 소속한 인천노회에서 발생했다. 담임목사 취임예배를 노회가 주관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 대체 왜 인천노회는 흥광교회 성도들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청빙 목사에 대해 불허입장을 밝힌 것일까?

A목사, 사실상 목사아냐

흥광교회 청빙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청빙을 주관하는 당회를 비롯한 성도들이 교회법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 또 하나는 징계 받은 목사의 타 교단 가입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흥광교회 사태는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A씨는 예장 대신총회에서 12년 간 목회를 했다. 20118월 예장 대신 측 한 노회 주관으로 목사위임 및 임직감사예배를 드렸다. A목사를 인정하는 성도들은 대신총회에서 12년 간 위임목사로 시무한 것만으로도 자격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A씨가 목사안수를 받은 교단은 원래 예장 합동이고 합동에서 목회를 해왔다. 하지만 내부적인 문제에 의해 201010월 소속 교단인 합동으로부터 면직선고를 받았다.

면직은 교회법에 의한 징계절차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은 벌이다. 한 마디로 목사직을 박탈하는 것으로 목사 안수는 무효가 되며 신학과 목사고시 등 시험절차를 다시 밟아야만 목사가 될 수 있다. 목사에게만 주어지는 설교권과 축도권도 사라진다.

A씨에게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소속 교단이 면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림에도 불구하고 해당 노회와 총회에 소명하거나 재심 요청을 하지 않았다. 면직이 선고되기 직전에 교단 탈퇴공고를 냈다면 목사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탈퇴 등의 제반 절차나 항소의 과정 없이 사실상 합동총회의 면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아들인 것.

면직 이후 A씨는 복원이나 해벌의 과정을 밟지 않고 교단을 옮겼다. 합동에서 면직된 후 불과 한 달 만에 교회를 설립하고 예장 대신 소속 노회로 들어갔다. 소속 노회에서는 편목과정을 모두 마치면 정식 가입절차를 밟아주기로 했다. 그리고 1년 후인 2011년 목사 위임을 한 것이다.

A예장 대신에서 위임목사로 사역했으니 그것이 내가 목사라는 증명이다. 나는 정치적으로 면직됐다. 법적인 잘못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지측 성도들 역시 우린 면직 목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예장 대신에서 12년 목회 경력을 존중한다. 합동에서 목사 면직 된 것은 허물일 수 있지만 대신측 편목 과정을 마치고 임직한 목사라는 사실을 우선해서 판단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합동측 설명은 다르다. A씨가 저지른 범죄는 교회법으로 매우 중하다고 했다.

문제는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간다고 하더라도 정식 코스를 다시 밟지 않는 한 A씨는 목사가 아니다. 법적으로 목사라는 인정이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대신측 소속노회에서 위임한 절차조차도 불법으로 확인되고 있다.

예장 대신총회 교회법에 의하면 면직된 목사는 교단에 가입할 수 없고 소속 교단에서 면직된 경우 해벌 복직을 거쳐도 3년이 지나야 목회를 할 수 있으며 교단 가입이나 편목의 경우 최소 목회대학원 편목과정 2학기를 이수하고 강도사고시를 다시 치러야 한다. 하지만 A씨는 편목과정만 수료하고 강도사고시를 치르지 않았다. 노회에서 정치적으로 위임을 받아 목회를 했다면 예장 대신에서는 인정될 수 있지만 그조차도 노회에서만 인정받는 준회원의 지위에 불과했다. 총회법 기준으로는 여전히 자격시비가 걸리는 결격자였다. 대신총회의 목회자 가입 심의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흥광교회 청빙이 결정된 직후 A씨가 대신총회를 탈퇴했다는 사실이다. A씨는 대신에서 12년 간 목회한 J교회를 껄끄럽게 떠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터콥 활동이 문제가 되면서 지난해 12월 불편한 이별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 흥광교회 청빙이 확정되자 곧바로 대신을 탈퇴한 것이다. 현재 소속이 없기 때문에 A씨의 신원을 보장해줄 교단이 없다.

목사 안수를 받은 예장 합동에서는 여전히 면직자신분이며, 위임받아 노회에서 활동했던 예장 대신에서는 탈퇴한 상태다. 백석에 속한 흥광교회에 청빙됐지만 면직자를 목사로 인정할 수 없는 교단법에 따라 A씨는 청빙 자체가 불허됐다.

교단 탈퇴해도 받아주는 교단 없어

A씨를 지지하는 흥광교회 성도들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설립목사인 장원기 목사가 별세한지 벌써 2년 째 담임목사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담임목사의 부재에 교회는 한동안 수습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임시당회장을 파송하고 후임자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소속 노회인 인천노회가 매끄럽게 일처리를 하지 못해 성도들 사이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 지지측 한 장로는 노회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만큼 상처가 크다는 뜻이다.

A씨를 지지하는 성도들은 1127일 주일에 공동의회를 소집했다. 공동의회는 장로회 결의로 소집됐다. 사실상 불법이다.

공동의회 주요 안건은 교단 탈퇴’. 당회장이 소집하지 않은 공동의회는 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탈퇴를 결의해도 법적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성도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이 문제의 본질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빙절차 초기로 돌아가야 한다. 청빙 자격에 흥광교회는 교회법과 사회법에 무흠한 자라는 조건을 명시했다. ‘무흠(無欠)’하다는 것은 흠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A씨는 이 무흠에 결격 사유가 발생한다. 목사 면직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수습위원회에서 정치국장 김양신 목사는 교사가 면직되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 교직의 자격이 없다고 성도들에게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만약 성도들이 교단 탈퇴를 결정하고 A씨를 담임목사로 인정하면 어떻게 될까? 흥광교회는 무적(無籍)’교회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A씨가 대신총회를 탈퇴하지 않았다면 소속이 있는 상태에서 타 교단 가입이 보다 수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지금 소속도 없다. 자신이 목사라는 자격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본인의 이력을 정확하게 기술한 정식 이력서로는 어느 교단에도 들어갈 수 없다. 지금 현재 A씨의 신분은 법적으로 정확하게 목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A씨를 잡기 위해 교회가 져야 할 부담은 상당하다. 당장 12월 목전에 탈퇴를 결정하면 성도들은 소속 교단을 얻지 못해 연말정산 등 각종 서류를 발급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담임목사가 없는 상태에서 교단 가입도 어렵다. 독립교단에 가면 된다는 성도들도 있지만 독립교단도 면직 목사를 담임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A씨의 인격이나 학문적 수준, 설교를 비롯한 목회 능력이 아무리 탁월하다고 해도 교회가 인정한 자격을 받지 못하면 목사가 될 수 없다.

A씨는 흥광교회 청빙에 지원하기 전에 다른 교회에 먼저 지원했었다. 하지만 면직사실이 확인돼 탈락했다. A씨는 교회의 공동의회 결정이 나기 전에 본인의 면직 사실을 장로들에게 알렸고 양해를 구했지만 정확히는 이력서에 이러한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 서류 심사와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 A씨는 교회와 성도를 속였고, 청빙위원회는 청빙 조건에 맞지 않은 후보를 선택했다. 사태를 키운 것은 청빙위원회다.

총회 수습위원회는 지난 24일 회의에서 A씨의 서류와 주장, 사실관계를 확인하는데 집중했다. 수습위원회는 A씨의 면직 사실과 대신총회 가입 및 위임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의했다. A씨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정치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법과 정치는 다르다. 특히 면직이라는 중징계가 정치로 풀리려면 그는 합동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강도사고시부터 목사직분을 얻기 위한 절차를 하나하나 다시 밟아야 한다.

목사는 성도들이 인정한다고 해서 자격을 얻는 것이 아니다. 교회법 밖에서 목사가 되는 경우는 이단과 사이비뿐이다. 현재 A씨는 한국교회 모든 교단들의 법에 비추어 목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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