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하나님 너무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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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하나님 너무 걱정 마세요”
  • 이복규 장로
  • 승인 2022.11.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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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규 장로(서울산성감리교회,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이복규 장로(서울산성감리교회,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하나님,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잘해 볼게요.”

지인의 딸이 하나님께 올린 기도란다. 첫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목 아래가 마비가 되었을 때 드린 기도라고 한다. 얼마 전, 지인한테 이 말을 듣는 순간 감동이 밀려와 주체할 수 없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상황에서, 나도 이분처럼 기도할 수 있을까? 내 걱정이나 자식 염려가 아니라, 하나님부터 걱정할 수 있을까? 충격이었다. 도대체 내 죄가 얼마나 크기에 이러시느냐, 왜 하필이면 우리 남편에게 이러시느냐며 원망하며 목 놓아 통곡할 만도 한데, 오히려 하나님 걱정 마시라고 했다니, 놀라웠다.

그렇게 말만 한 게 아니라, 그 후로 지금까지 지극 정성으로 남편을 돌보고 있는 이 며느리를, 그 시댁 식구들이 하늘처럼 떠받들고 있다고 한다. 가톨릭 신자라니, 아마도 불신 가족들이었다면 며느리한테 감격해 성당에 나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참 신앙이 무엇인지, 진짜 기도가 무엇인지 깨우쳐주는 실화이다. 하나님의 심정부터 헤아릴 수 있어야 진정한 믿음이리라.

10년 전 환갑 무렵, 나를 덮친 병마로 1년 4개월간 심하게 앓을 때 나는 이렇게 하지 못했다. 명색이 장로이면서 절망했다. 영영 회복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건강할 때 늘 입에서 흘러나오던 찬송도 그쳤다. 기도도 멈추었다. 어서 데려가 주시라는 기도만 나올 뿐이었다.

아내는 달랐다. 틀림없이 나을 거라며, 하나님께서 치유해 주실 거라며, 기도원, 병원과 한의원, 유명한 곳이라면 억지로 나를 데리고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좋은 약이라면 무엇이든 해다 먹였다. 3일, 7일, 한 달, 40일 금식기도도 밥 먹듯이 했다.

아내의 정성 때문이었을까? 어느 주일,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하나님은 말끔히 나를 회복시켜 주셨다. 중풍병자의 친구 넷이서 들것에 환자를 뉘어, 예수님 계시는 집의 지붕을 뚫고 달아내려, 마침내 예수님으로부터 신유의 은혜를 얻었다는 마가복음의 기사처럼 내가 그랬다. 내 믿음이 아니라, 순전히 아내의 믿음을 보시고 고쳐 주신 듯하다.

기적같이 치유 받은 그 날과 그 시각(2014년 8월 17일 12시)을 제2의 생일로 알아 기억하며 늘 감사하고 있지만, 참 부끄러운 일이다. 그 1년 4개월 동안, 그렇게 축 처져 있는 나를 보며, 우리 하나님은 얼마나 기막혔을까? 숱한 은혜 가운데 지금껏 인도해 주었건만, 장로라는 사람이 그까짓 병마 앞에서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지다니, 하면서 속상해하셨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해 보게 되었다. 지인 딸의 위대한 신앙을 보며 비로소 개안한 것이다.

지인의 딸처럼, 이렇게 기도했어야 한다.

“하나님, 제가 아프다고 너무 걱정 마세요.”

이렇게 하나님부터 안심시켜야 했다. 누구보다 하나님께서 나를 걱정하신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그랬어야 한다. 가정의 한 기둥인 남편이 갑자기 쓰러졌을 때, 절망하며 신세타령하는 대신, 남편을 세상에 보내신 하나님께서 얼마나 놀라고 계실까? 얼마나 걱정하실까? 이것부터 생각하며 그 하나님을 위로한 지인의 딸처럼 나도 하나님을 안심시키는 기도를 먼저 했어야 한다.

“제가 해 볼게요.”

이러면서 건강 회복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어야 한다. 아내가 데리고 가기 전에, 내 스스로 노력했어야 한다. 어서 나아 다시 영광 돌릴 수 있게 해 달라며, 최선을 다했어야 마땅하다. 장로답게 그랬어야 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 그대로, 야곱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어야 마땅하다.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지인의 딸은 지금껏 그렇게 하고 있다.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도록 한결같이 남편과 아들을 돌보며 지내고 있다니 천사가 따로 없다. 평생 나를 깨우치는 죽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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