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대학생 비율은 유지, 반면 ‘가나안 교인’은 급증
대학생 4명 중 1명 ‘자살 고민’… 아픔 위로하는 교회돼야
코로나19 시대를 거친 청년·대학생들은 더 이상 주일성수를 필수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5년 전에 비해 기독 대학생의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부흥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암울하다.
학원복음화협의회(상임대표:장근성 목사) 산하 캠퍼스청년연구소(소장:김성희 목사)는 지난 15일 성복중앙교회에서 2022 캠퍼스·청년 사역 컨퍼런스를 열고 ‘2022 청년 트렌드 리포트’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지앤컴리서치 김진양 부대표와 정재영 교수, 조성돈 교수(이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가 함께 했다.
청년 성도들의 수에선 일단 선방한 모습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적지 않은 수가 신앙을 져버렸을 거란 우려가 있었지만 팬데믹 이전인 5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대학생 중 기독 대학생의 비율은 14.5%로 2017년 조사 당시 15%와 비교해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기독 대학생 비율이 15% 선을 사수하고 있는 것에 반해 속사정은 다르다. 기독 대학생 중 신앙을 가지고 있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소위 ‘가나안교인’은 5년 전 28%에서 41%로 크게 늘어났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기독 대학생이 교회에서 이탈한 셈이다.
교회를 떠난 이유(중복응답)로는 ‘신앙생활에 회의가 들어서’라는 응답이 48.7%로 1위를 차지했다. ‘교회의 정치적 분위기/목회자의 정치적 설교 때문’(24.85)이라는 응답이 2순위를 기록한 것은 한국교회가 가벼이 넘겨선 안 될 부분이다. 이밖에 ‘헌금을 강요해서’(21.3%), ‘교회의 비도덕적인 모습 때문에’(18.3%) 등이 뒤를 이었다.
전통 신앙 가치관과도 결을 달리 했다. ‘주일성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응답은 2017년 32.6%에서 22.0%로, ‘주일 헌금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응답은 21.1%에서 14.2%로, ‘십일조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응답은 26.9%에서 19.1%로 모두 줄어들었다. 특히 세 항목 중 주일성수를 지켜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기독 대학생 중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33.3%에 불과했다. 5년 전 52.9%와 비교해 상당히 감소한 수치다.
다만 대학생 모두가 신앙과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앙의 양극화 현상에도 주목해야 한다. 조성돈 교수는 “가나안 교인은 늘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다는 비율도 줄었지만 교회에 나오는 청년들은 오히려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성경 통독 비율, 암송 비율도 늘었고 유튜브를 통해 스스로 신앙 콘텐츠를 찾아보며 영성을 챙기는 대학생도 늘었다”면서 “여러 사이트를 돌며 필요한 물건을 찾아 쇼핑하는 ‘Smart Consumer’처럼 자기가 알아서 필요한 신앙 콘텐츠를 찾는 ‘Smart Saints’가 늘어난 것이다. 지금의 청년들은 기성세대보다 더 탄력성 있는 교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먼저는 현재 기독 대학생의 대부분이 모태신앙으로 신앙을 물려받은 이들이고 새신자의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에서다. 또 ‘향후 믿고 싶은 종교’를 묻는 질문에 5년 전에는 35.0%가 기독교를 선택한 것에 반해 이번 조사에선 20.8%로 낮아진 것도 좋지 않은 지표다. 2017년 조사에선 해당 질문에 기독교가 1위, 천주교가 2위, 불교가 3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조사에선 불교가 1위로 올라섰고 기독교는 천주교에도 뒤쳐져 3위로 밀려났다.
정재영 교수는 “무종교 학생 중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15.6%에 그쳤다. 종교인 대학생 중에도 종교를 포기하고 싶다는 비율이 13.7%로 지난 조사에 비해 늘었다. 유입은 줄어드는데 유출이 늘어나는 탈종교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종교가 청년세대에게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청년 대학생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결혼과 연애, 성윤리에 대해 더 자유로운 관점을 가지게 된 것이 눈에 띈다. 혼전 성관계에 대한 인식을 묻자 ‘결혼 전에는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이 2012년 25.2%, 2017년 10.1%, 2022년 4.8%로 급격히 감소했다. 흥미로운 것은 기독 대학생들의 경우 ‘결혼 전에는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이 15.2%로 보수적인 가치관을 나타냈지만 실제 고등학생 이전 성관계 경험 비율은 비기독교인 대학생보다 더 높았다는 점이다.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결혼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2년 55.7%, 2017년 36.8%, 올해 31.1%로 꾸준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대로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 응답한 비율은 3.8%, 14.1%, 18.3%로 늘어났다. 10년 전에 비하면 약 6배 증가한 수치다. 비혼을 결심한 이유는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고 싶어서’가 40.5%로 가장 높았고 ‘경제적 문제 때문에’가 33.3%로 뒤를 이었다.
정서적,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는 한국교회의 각별한 관심이 요청된다. 현재 자기 삶에 대한 만족도는 61.1%로 낮지 않은 수치지만 ‘거의 매일 피곤하거나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42.6%), ‘거의 하루 종일 슬프거나 짜증난다’(25.0%)고 응답한 비율 역시 적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 있다’는 응답이 전체 대학생 4명 중 1명인 24.8%에 육박했다.
김성희 목사는 “이 같은 생활 무기력과 스트레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 필요성을 느낄 때가 있다’는 응답은 26.3%밖에 되지 않는 데다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교회는 청년들의 생각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들의 필요에 손을 내밀어 위로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온라인으로 진행된 조사 전체표본은 1,548명이며 기독 대학생과 선교단체 활동 학생에 대한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기독 대학생 200명과 선교단체 활동 학생 348명을 보완 조사했다. 청년 트렌드 리포트는 2006년부터 시작해 3~5년 주기로 이어져온 추적 조사로 이번이 5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