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든 교회, ‘이자 폭탄’ 맞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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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든 교회, ‘이자 폭탄’ 맞아 ‘휘청’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11.1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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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사상 초유의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
100억 건축에 50% 대출받은 교회 한 달 이자만 2천
“공간에 과다 지출 문화 돌아볼 계기 삼아야” 지적도

최근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다섯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교회들의 이자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데, 예배당 건축이나 임대료 등을 은행권 대출로 마련한 교회들은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실제로 경기 북부 한 신도시에 자리한 A 교회는 ‘파산’ 이야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A 교회의 경우 대지 50억원과 건물 50억원, 약 100억의 건축비 가운데 50%를 은행대출에 기대고 있다. 이번에 금리가 연 3%에서 5%로 올라가면서 매월 나가는 대출 이자가 1,250만원에서 2,000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2년간 경제주체인 3040교인들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헌금이 줄어들어 이자를 갚기도 힘든 상황이다.

교회 건축에 정통한 한 목회자는 이런 일이 비단 A 교회만의 상황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오히려 대출 비중이 더 높은 교회가 많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원금 30%만 있으면 나머지 70%는 대출을 끼고 건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평균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500석 규모 건물을 짓는다고 할 때 보통 100억원 대 예산을 잡는다”며 “더군다나 교회 대출은 이자가 싼 변동금리가 대부분이어서 이번처럼 금리가 2%가량 인상되면 월에 이자만 천만 원씩 더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충격이 덜하지만 이런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경매로 넘어오는 교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은 상가교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꼭 임대료 때문이 아니더라도 교회마다 크고 작은 대출을 끼고 있는 일은 부지기수다. 신진선 목사가 시무하는 의정부 계성교회는 2년 전 예배당에 바로 인접한 철도용지를 국방부로부터 사들였다. 해당 용지를 화단으로 가꾸기 위해서다. 큰돈은 아니지만, 지역 신협으로부터 3.7%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최근에 이 대출 금리가 5%로 올랐다. 의정부기독교총연합회 직전 대표회장으로 지역 교회 상황에 밝은 신 목사는 “우리 교회의 경우 대출이 많지 않아서 큰 문제는 아니지만, 고정비용이 올라간다는 건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주변의 교회들이다. 가깝게 교류하는 목사님들 가운데 상가교회인데도 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회생태계연구네트워크 대표 한경균 목사는 “서울 시내에 4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임대교회라고 가정하면 1달에 필요한 임대료는 최소 150만원 정도”라며 “이런 교회들이 자체 헌금 수입만으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다면 바람직하겠지만, 코로나를 지나면서 월 헌금액이 50만원도 안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한 목사는 “목회자에게 주는 사례비를 100만원으로 잡아도 벌써 고정비용이 250만원이다. 부족분은 결국 은행대출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대출이 있는 교회라면 감당하기가 더 여려운 상황일 것”이라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교인들이 복귀하고는 있지만, 동시에 금리가 올라가면서 교회들의 어려움은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악성 채무로 힘들어하는 금융 약자들을 돕는 ‘돈병원’ 서경준 원장은 “교회라고 해서 고금리 상황을 대처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리금 상환뿐 아니라 이자도 내기 어렵다면 은행과 협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서 원장은 “은행들도 거액의 대출 불량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대출이 나올 정도의 교회라면 은행으로서도 주요 고객일 텐데 망가지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며 “상황이 심각하다면 원리금뿐 아니라 이자 상환 자체를 유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 원장은 “이런 것도 법인 차원의 대출일 때 가능한 이야기”라며 “목회자나 사모의 개인 대출로 교회가 운영되고 있고 어려움이 심각하다면 채무조정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 문제로 어려움에 부닥친 교회나 목회자들이 있다면 ‘돈병원(전화:032-861-7401)’을 통해 함께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금리 인상 쇼크는 교회들이 ‘교회 공간’을 위해 재정의 많은 부분을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최근 한국교회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 여러 교회가 한 공간을 나눠 사용하는 ‘공유교회’에 관한 진지한 연구와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생연 대표 한경균 목사는 “코로나든 이자 상승이든 이름만 다를 뿐 외부환경에서 비롯된 어려움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며 “공유교회는 고정비용을 줄이고 교회가 교회다운 일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 다만 교단들이 공유교회에 대한 분명한 제도적 보장을 해주는 노력이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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